[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해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관련 면담 내용을 담은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4일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김 대법원장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임 부장판사의 사표가 현재 대법원에 보관 중이라고 하므로 김 대법원장은 명백히 허위사실을 말했고, 또한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사표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서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 또한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김 대법원장이 허위사실을 말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명백히 직무를 유기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3일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낸 후 김 대법원장을 찾아갔지만, 김 대법원장은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같은 날 "임 부장판사의 요청으로 지난해 5월 말 김 대법원장이 면담한 적은 있으나,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며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 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대법원의 해명에 "임 부장판사는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이를 이유로 2020년 5월22일 김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직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대법원장 면담 직전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도 이를 보고했다"며 "대법원장과 면담하면서 이와 같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음을 보고했다"고 입장을 냈다.
변호인은 "당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며 "현재에도 임 부장판사의 사표는 대법원에 보관 중이다"고 주장했다.
결국 변호인은 이날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 사표를 제출한 후 이뤄진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녹취한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도 말했다.
변호인은 "어제 대법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 저희 측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언론에서는 진실 공방 차원에서 사실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며 "더구나 이미 일부 언론에서 녹취파일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돼 부득이 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