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반도체와 2차 배터리 인프라 조성 역할을 하는 장비와 소재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인프라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는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해 LG화학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 증설 확대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의 배터리 분쟁 등 악재가 소멸되면서 2차전지 관련주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배터리 셀 생산업체보다 관련 소재·부품·장비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분쟁의 합의를 이끌어낸 SK이노베이션이 이달 들어 주가가 26.48% 올랐다. LG화학, 삼성SDI의 경우 평균 5%대 상승했다. 반면 반도체, 2차전지 소재, 장비주들은 평균 10%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그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배터리 셀 업체들은 거친 주가 조정을 받아야만 했다. LG와 SK의 배터리 분쟁 합의가 최근 2차전지 섹터 전반의 주가를 견인하고 있지만, 셀 업체의 경우 그간의 하락 폭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설비 증설 확대로 반도체 소재·장비주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도체 장비 대표주인
원익IPS(240810)가 10.05% 올랐으며, 차세대 D램 ‘DDR5’ 확대와 전기차용 콘덴서 수혜가 예상되는
아비코전자(036010)는 25.33% 급등했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반도체 7개사 등 글로벌 IT 기업 19곳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업체에 반도체 투자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투자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미국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투자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에 가장 먼저 필요한 장비와 소재 관련 기업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 2차전지 장비·부품·소재 업체들의 실적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의 자국 중심 공급망 확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 직후 미국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경우 이미 일부 소재업체가 현지 공장을 설립했고, TSMC 애리조나 신규공장에도 대만 소재업체의 투자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주요 소재업체들도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 기업 '원익IPS'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 40주년 영상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