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면서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역대급 순매도를 보이는 외국인들이 하락장에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은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6조1734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3거래일 동안 5조원 이상을 팔아치운 것을 올해 들어 처음이다. 외국인은 역대급 순매도를 보이는 와중에도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대거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곱버스 금액은 932억원으로, 이 기간 순매수 1위에 올랐으며, KODEX 인버스 상품도 134억원을 순매수했다.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지수를 역으로 2배 주총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코스피200이 1% 상승하면 2%의 손해를 보지만 반대로 하락하면 2배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곱버스나 인버스 상품을 매수하는 것은 그만큼 주가 하락할 것을 예상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코스피도 급락하고 있다. 외국인이 6조원을 팔아치운 3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3.91%나 하락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은 최근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8%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2%나 상승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0.2%, 3.6% 상승)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증시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7% 급락했으며,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1.99%, 2.14% 내렸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와 금리 상승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나 기술주의 기대 수익을 낮추는데,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을 성장주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컸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추세적 하락 반전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추세 반전 가능성은 낮다”며 “가장 근간이 되는 펀더멘털 동력이 여전히 유효하고, 당분간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3161.66)보다 39.55포인트(1.25%) 내린 3122.11에 장을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