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금융당국이 10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금융사와 핀테크 간 경쟁으로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빅테크 기반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였지만, 시중은행들의 반발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빅테크 종속을 우려해 별도의 자체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추진하는 은행권 대환대출 공공 플랫폼은 오는 12월 말을 목표로 하고있다. 다만 전산 시스템 구축, 제휴 금융사 체결 등의 문제로 목표시기보다 늦은 출범 가능성도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결국 빅테크와 은행권 각각 투 트랙으로 가닥히 잡히면서 당초 당국의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교·대환 가능한 비대면·원스톱 플랫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금융위가 소비자 편의를 위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저축은행이나 이런쪽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 회사도 있고, 또 어떤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는 사업일 수도 있다"며 "편의성 부분에서는 좋겠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이 다 달라서 단순히 결론 내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금융위가 추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시장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와 금융회사 애로를 충분히 고려해 시장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재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환대출은 기본적으로는 금리 조건이 유리하게 만드는 것과 관련돼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좀 더 낮은 금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은행권의 투 트랙 플랫폼이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선 "어떤 방법이 꼭 가장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대환대출 플랫폼 자체가 활발히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가계대출을 강화하는 상황인데, 당국의 대환대출플랫폼이 자칫 대출경쟁을 부추겨 증액 대환 등으로 인한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도한 대출경쟁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환대출플랫폼과 가계대출 증가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환이 조금 더 용이해지는 측면이 있기때문에 일정 부분 가계대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금도 증액 대환은 이뤄지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탓하기는 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대출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