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기를 붙어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그간 국내 증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허니문 랠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간의 학습효과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상승, 인플레이션 삼중고로 국내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막연한 기대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0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한국 대선 전후 국내 증시는 선거 1년 후 코스피는 대체로 상승 우위를 나타냈다. 1981년 이후 총 8번 대선 중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대선 1년 후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1981년 이후 여덟 번의 대선 선거일을 기점으로 코스피는 3개월 뒤 평균 5.1% 상승했으며, 6개월 뒤 평균 상승률은 9.3%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증권가에선 대선에 따른 국내 증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기대감이 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선 결과 자체에 따른 증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이 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망이를 짧게 잡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간 새 정부 출범 시 증시 상승은 대선 시기에 따른 상승이었다는 평가다. 대선 시기가 대체로 경기 하강기 및 저점에 있었고, 침체를 겪으면서 확장 정책을 비롯한 경기 부양책이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은 경기 부양보단 긴축 재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심각한 상황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변 연구원은 “국내 경기 상황이 수출 등 코로나 초기 국면보다 상당 부분 개선된 상태이고 물가 우려로 인해 부양 기조보다 오히려 긴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적 스탠스를 보이는 미국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의 정책이 그다지 경기 부양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이는 시장 전반에 걸친 상승 논리를 미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리스크와 각국의 통화정책 등 대내외 이슈에 따른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글로벌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판단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내 정책보다 대외 경기가 경기 사이클을 좌우해왔다”며 “당장은 팬데믹과 리오프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외 매크로 환경이 국내 경제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선이 국내 증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나, 정책과 공약이행에 따른 개별 업종의 강세는 기대해 볼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10대 공약 44개 중 주식시장과 관련해 생각해볼 대표적 주제는 부동산과 탄소중립(원자력 발전) 등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5년간 250만 가구 이상의 공급,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자력 발전 비중 30%대 유지 등을 공약했다.
변준호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던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에 따른 건설 업종 수혜 가능성과 탈원전 정책 전면 폐지 의지를 보임에 따라 원전 관련주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전 정책은 일부 수정이 아닌 전면 수정의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고 최근 정통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