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이 그동안 사후적으로만 공시됐던 상장사 내부자의 지분거래를 사전에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장사 내부자는 주식 거래 매매 예정일 최소 30일 전에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지키지 않을 경우 형벌과 과징금 등 제재도 따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도를 발표했다. 현행법상 내부자 거래는 사후적으로만 공시되고 있었는데 정보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전에도 공시토록 한다는 취지다.
공시 의무자는 상장회사 임원과 주요 주주로, 임원은 이사와 감사 및 사실상 임원(업무집행책임자 등)을 모두 포함하며, 주요 주주는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소유한 자로 한다.
매매 계획 공시 대상은 당해 상장회사가 발행한 총 주식 수의 1% 이상 또는 거래 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하려는 경우다. 지분 증권(우선주 포함),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증권예탁증권 등을 모두 포함하며 매매 예정일 기준 과거 1년 간 거래 금액을 합산해 판단함으로서 쪼개기 매매를 통한 규제 회피를 방지한다. 사후 공시 대상은 거래 수량이 1000주 이상이거나 거래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다.
공시에는 매매 목적과 매매 예정 가격과 수량, 매매 예정 기간 등이 포함돼야 한다. 다만 시장 상황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추후 실제 매매 가격과 수량, 매매일에 대해서는 일부 탄력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가령 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최대 5% 이내 가격에서 매매가 가능하며, 수량은 최대 30% 안에서, 매매 예정일은 앞뒤로 10영업일 이내에만 거래를 완료하면 된다.
다만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소지와 시장 충격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경우엔 의무가 면제된다. 가령 상속과 주식 배당, 주식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은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칙적으로 사전 공시의 변경과 철회는 금지되며, 법령에 정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시 의무자는 금감원에 매매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금감원은 매매 후 사후 공시 내용 확인 등을 통해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또한 당국은 공시 미이행에 대해 경중에 따라 형벌, 과징금, 행정조치 등 실효성 있는 이행 수단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 공시 제도에 대해 "내부자 주식거래의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장에서 예측 가능한 적응 기간을 부여함으로서 일시적인 물량 출회로 인한 시장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공시 제도를 마련한 이유는 그동안 상장사 임원 등 내부자의 대량 주식 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 불만과 사회적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상장 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즉시 매도해 주가 하락을 초래한 일로 투자자 원성이 빗발친 바 있다.
특히 내부자 거래는 미공개정보 접근이 용이한 임원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주가 하락 등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한편 미국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추진 중이다. 미국은 현행법상 내부자가 매매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제출한 경우라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관련 제재를 면제해주고 있으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매매 계획을 최소 매매 120일 전에 제출해야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제도의 악용 방지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제재 수단을 9~10월 중 마련할 계획이며 주식 양수도 방식에 의한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은 10~11월 중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관심이 큰 국정 과제인 만큼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조속히 입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