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밥상은 고물가와 고유가 고금리에 따른 팍팍해진 민생 현안에다 케케묵은 정치 현안이 더해져 마치 ’대선 3라운드’가 전개된 것처럼 느껴졌다. 3월 대선에서 0.73%의 표차로 국민의 힘이 승리한 데 이어 ‘대선2라운드’처럼 전개된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국회의원 보선에 내세우는 동시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거지원에 나서도록 했지만 참패했다.
두 번의 선거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어떠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았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방탄용이라는 당내외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고도 없는 지역구 선거에 나갔고 전당대회에 나서 170석의 제1야당을 장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정치상식을 거스르는 이 대표의 셈법이 야권에서는 먹혀들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속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공직선거법위반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검찰의 소환조사 일정이 공개되자 이 대표는 소환에 응하는 등의 의혹해소보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고발과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로 정면대응을 선택했다.
대선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의 정치적 대응은 마치 대선 3라운드를 방불케 한다. 민주당은 재임 중에는 형사소추를 할 수 없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고발하는 등 대선패배에 대한 화풀이성격의 정치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이번 ‘김건희 특검법’ 발의는 특검을 통해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보다는 추석밥상을 겨냥한 정치공세 성격이 더 짙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피해복구가 시급하고 처리해야 할 민생현안이 정기국회에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이 대표의 방탄(?)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격화된다면 민생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스란히 당의 사법리스크로 일치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소환이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아예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 자세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소환, 전통적인 야당지지층의 반발을 초래하는 무리수를 구사하기도 했다. “과거 중앙정보부의 김대중 현해탄 사건을 연상시킬 정도로 검찰의 무자비한 정치보복 본색을 드러냈다”는 조 총장의 언급은 이 대표를 DJ와 동격화하면서 DJ의 명예까지 우스꽝스럽게 했다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도 아닌데, 공직선거법위반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난 백현동 특혜에 대한 이 대표의 협박 운운한 발언에 대한 검찰의 출석요청이 어떻게 DJ납치사건을 연상시키는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잘못이 명백하게 확인되지 않거나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더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92년 대선에 실패한 DJ는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영국유학길에 올랐다. 말이 유학이지 사실상 정치적 망명과 다를 바 없었다.
대선과 지선에서 연달아 참패한 민주당의 실패의 최대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다. 송영길 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대선패배 후 일괄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비대위’를 만들지 않았던가? 이 대표는 그때 과연 어떤 책임을 나눠졌는지 궁금하다. DJ처럼 현실정치에서 한 발 물러나는 등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국회의원 보선에 나섰고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 바 있다.
성상납 의혹과 무마의혹을 받아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당해 ‘정치적 금치산자’가 된 국민의 힘 이준석 전 대표의 행태와 견줘보더라도 나을게 하나도 없다. 성추문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물의를 빚은 사실만으로도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퇴출됐다. 정치인은 진퇴를 명확히 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추석밥상에 오른 이재명-김혜경 부부와 윤 대통령 부부 그리고 이준석 전 대표는 가뜩이나 좌우로 갈라진 정치불신과 정치혐오를 부추겼다.
이에 대해 “추석밥상에 이재명-김혜경만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서둘러 ‘김건희여사 특검법‘을 발의해, 윤 대통령-김 여사의 이름도 함께 올리는 그런 효과를 보기 위한” 정치적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제기됐다.
국민들로서는 이번 추석 밥상이 참으로 짜증스럽다. 짜증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행태가 국민을 더 힘들게 한다.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언제까지 우리는 대선 4,5,6라운드를 겪어야 하는가.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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