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박효선 기자] 8개월간 해외 도피중이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마자 검찰에 압송돼 관련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여러 의혹들을 수사중이지만 시선은 이재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규명할 핵심인물이기 때문입니다.
17일 김성태 전 회장은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OZ742편에 탑승해 오전 8시 16분경 인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이날 오전 8시43분쯤 수갑을 찬 채 얼굴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 대해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검찰 호송차를 타고 10시45분경 수원지검으로 압송 됐습니다.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8개월 도피생활 끝내…체포 일주일만에 귀국
김 전 회장은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작년 5월 해외로 출국해 8개월간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 소재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됐습니다. 이후 체포된 지 일주일 만에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겁니다.
검찰은 현지 파견된 검찰 수사관들을 통해 김 전 회장의 귀국 비행편에서부터 체포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체포 영장을 집행한 뒤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은 곧바로 김 전 회장을 수원지검으로 압송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18일까지 구속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에 집중한 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은 김성태 전 회장의 '변호사비 대납의혹' 규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 수임료를 쌍방울 측이 전환사채 20억원, 현금 3억원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당사자 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대북사업에 쌍방울이 북한에 수백만 달러를 보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해외 도피 중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압송된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대납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한 뒤 이르면 오는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이재명·김성태 "전혀 모른다"…변호사비 대납의혹 부인
다만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는 둘 사이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중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고, 김성태 전 회장도 이날 입국 후 "전혀 모른다"고 일축한 겁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김성태 전 회장의 관계를 확신하며 쌍방울 자금이 변호사비 대납 등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의 귀국과 맞물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특혜 의혹을 이유로 소환까지 통보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를 한 차례 조사한 뒤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김 전 회장의 송환과 검찰의 추가 출석 통보에 관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온라인플랫폼 법률제정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인천=김하늬·박효선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