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로 판단한 법원이 작성한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모두 48차례에 걸쳐 시세조종과 관련해 등장하자 주가조작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김 여사가 범죄에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체적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검찰의 수사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명분을 바탕으로 검찰은 수사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에 고개를 저으며 '특검'을 통해서라도 밝혀내겠다고 벼릅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판결문에 48차례 이름이 등장한다고 '유죄'로 단정짓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판결문 등장 '김건희' 이름의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판결문에 나온 '김건희'라는 이름이 불어올 법조계와 정치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김건희 여사의 계좌 4개 중 3개가 시세조종에 쓰인 계좌라고 판단했고,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당시 김건희 씨 계좌로 48건의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가 미리 짜고 주고받은 거래, 즉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 등을 사전에 담합해 거래하는 행위를 말하는 '통정매매'에 쓰인걸로 보고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야권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특검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계좌가 활용됐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의혹에 대해 거짓 해석이라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수어로 축하메시지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 김건희 여사와 모친 계좌, 주가 조작 1·2단계에 위탁돼 쓰여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10월 이후의 거래 중 상당수를 시세조종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중 김건희 여사의 계좌 3개와 어머니인 최씨 계좌 1개가 각각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 씨, 김 여사 명의 계좌 정도"라며 "김건희 여사가 지속적으로 이모 씨에게 계좌관리를 맡겼다고 볼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지만, 2단계 이후에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범행의 방식이 갱신되자 (2차 주가조작 주포) 김모 씨를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와 어머니 최모 씨의 계좌는 주가 조작 1·2단계에 위탁돼 쓰였다는 겁니다. 판결문에는 "계좌주인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권 전 회장 지인"이라고 관계가 적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며 김 여사가 거래 자체에 직접 개입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을 총 5단계로 나눴을 때 1단계(2009.12~2010.9)를 제외한 2단계부터 5단계(2010.10~2012.12)까지의 범행을 하나의 범죄로 인정했습니다. 이로써 2단계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유지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여사 연루의혹 커졌지만…대통령실, '48건 유죄 거짓해석' 반발
즉 2단계 주가조작 이후 김 여사와 최씨 계좌를 통해 이뤄진 의심거래들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만큼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한층 커진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 적시된 김건희 여사회 48건 유죄가 거짓 해석이라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 김건희 여사가 48회 등장한다며 마치 범죄에 관여한 듯이 거짓 해석을 하고 있으나, 48회 모두 '권오수 매수 유도군'으로 분류되어 있고 차명계좌가 전혀 아니다"라며 "'권오수 매수 유도군'이란 표현 그대로 권오수 대표와 피고인들이 주변에 매수를 권유하여 거래하였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매매 내역을 보면 2010년 10월28일부터 12월13일까지 기간에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라며 "판결문상 주가조작 기간이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로 2년이 넘는데, 2010년 11월 3일, 4일, 9일에 매수한 것 외에 김 여사가 범죄일람표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다른 피고인들과는 매매 유형이 전혀 달랐다는 뜻으로, 오히려 무고함을 밝혀주는 중요 자료"라고 반박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