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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긴축이 촉발한 SVB사태…금리인상 제동 불가피
미 연준 빅스텝 가능성↓
입력 : 2023-03-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실리밸리은행(SVB) 파산의 원인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이 지목되면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예상보다 줄일 것인지 관심인데요. 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SVB는 미국 16위 은행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입니다.
 
SVB는 미국이나 한국의 일반은행과는 달리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고, 스타트업 기업이나 기술전문기업 등에 대출해왔습니다.
 
SVB는 금리가 낮을 때 채권을 많이 사들였는데요. 그런데 금리가 크게 오르자 스타트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예금인출 요구가 많았습니다.
 
SVB는 예금 인출이 급격히 늘자 주로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매각했지만, 장부상 가치보다 현재 가치가 현저히 낮아 유동성 부족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유상증자마저 실패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SVB를 벼랑으로 내몬 핵심 요인은 '금리'입니다. 미 연준은 지난 1년간 거의 제로(0)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를 4.75%까지 빠르게 인상했고, 그 결과 전반적으로 시장금리도 뛰었습니다.
 
높은 금리에 대출이 부담스러운 스타트업이 예금을 빼내 '뱅크런'을 촉발했고, 금리가 오른 만큼 반대로 SVB의 보유 국채 가치(가격)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져 매각으로 유동성을 메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21∼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아무리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지만, 금리를 계속 빠르게 높이다가 제2, 제3의 SVB 사태가 이어지면 미국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SVB 사태 전까지 각종 설문조사에서 시장 참가자의 80% 이상은 이번 FOMC에서 빅 스텝을 점쳤지만, 사태 이후 베이비스텝(0.25%p) 관측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SVB 사태로) 금융 부문에 가해진 스트레스에 비춰 볼 때, 3월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본다"며 "오는 22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베이비스텝을 밟거나 동결한다면 한은으로서도 내달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한 요인이 충분합니다. 금리 인상을 지속하기에는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유동성 리스크가 전체 금융기관을 흔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쳐 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4일)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설명회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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