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기업하기 좋은 나라' 싱가포르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고물가와 더불어 임대료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어 기업이 투자받기 좋은 환경이지만, 한 달에 천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는 매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KSC나 KB핀테크랩과 같은 기관의 '공간 임대'와 같은 지원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싱가포르는 높은 건물만큼이나 임대료 및 물가 부담이 큽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강력한 공공주택 제도가 자리하기도 합니다. (사진=신유미 기자)
취재원들이 임대료 부담을 이야기하면서 또 한가지 동시에 언급한 게 바로 공공주택입니다. 외국인은 혜택을 받기 어렵지만, 싱가포르 시민권자는 일정 나이와 자격요건을 갖추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싱가포르의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인 주택 정책 덕분에 고물가 부담이 그나마 상쇄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의 주택은 크게 HDB flat이라 불리는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으로 나뉘는데요, 싱가포르 국민의 86%가 공공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이 35% 내외임을 감안하면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율은 무척 높은 편입니다.
싱가포르와 서울의 주택 상황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싱가포르는 722.5㎢의 국토에 약 570만명의 인구가 살고, 서울은 605.2㎢의 면적에 약968만명의 인구가 삽니다. 싱가포르의 주택보급률은 112.6%에 자가점유율 92.3%입니다. 시민권을 가진 가구의 92.3%가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8년 기준 95.9%, 자가점유율은 42.9%입니다.
싱가포르의 독특한, 자유롭지만 강력한 규제의 모습이 물가와 부동산 정책에서도 비쳤습니다. 낮은 세금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데다 불평등지수도 높은 편이지만 한편으론 주거부문에서는 강한 공공정책이 있었습니다. 다른나라의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 장면만 포착하기보다는, 각 나라의 사정과 여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