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가 넉 달만에 좁혀졌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지난달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줄줄이 내린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 현장을 돌면서 이른바 '상생금융'을 강조, 사실상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예대금리차가 되레 늘었습니다.
2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기준 예대금리차는 대부분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에 예대금리차가 좁혀진 겁니다.
금융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높은 가계예대금리차를 보면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이 1.36%p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우리은행 1.25%p △하나은행 1.18%p △KB국민은행 1.15%p △신한은행 1.14%p 순이었습니다.
전달(2월) 가계예대금리차는 △우리은행 1.55%p △KB국민은행 1.51%p △NH농협은행 1.49%p △하나은행 1.42%p △신한은행 1.21%p 순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예대금리차 폭이 좁혀졌습니다. NH농협 관계자는 "당행은 5대 은행 중 대출금리도 두 번째로 낮다"며 "농협의 특수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신상품인 정부 정책자금이 들어오면서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대금리차는 통상 예대마진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예대금리차가 벌어질수록 마진이 많이 남는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대금리차가 좁혀진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효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말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3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을 방문하며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해왔습니다. 대출금리를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다보니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은 것입니다.
시장에선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앞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신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반면, 대출금리 하락 요인은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로 이자 수익을 내는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난달 집중적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내렸으니 예대금리차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라며 "올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등 대출금리 인상 명분이 줄어들고 있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역시 NH농협은행이 1.34%p로 가장 컸습니다. △우리은행 1.22%p △KB국민은행 1.13%p △하나은행 1.11%p △신한은행 1.01%p 가 뒤를 이었습니다.
기업대출을 포함한 예대금리차의 경우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모두 1.68%p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KB국민은행 1.59%p △하나은행 1.57%p △신한은행 1.42%p 순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선 토스뱅크의 가계예대금리차가 5.41%p로 가장 컸습니다. 지난달보다 0.51%p 늘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1.26%p에서 1.29%p로 확대됐습니다. 케이뱅크는 전달보다 소폭 줄어든 1.76%p로 집계됐습니다.
시중은행 ATM기기가 모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