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옥이라는 표현으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출근 불가능'이 더 적절해보입니다. 수도권에서 가장 혼잡한 광역버스로 알려진 수원-사당 7770이 지난해부터 입석이 금지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입석 금지 전부터 있었는데, 더 심해진 겁니다. 검색을 해보니 7770버스는 전국 3위, 수도권 1위의 승객수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으로서 7770의 애환을 상세히 기록하고자 합니다. 해묵은 문제지만 개선이 되지를 않고 있는데요, (구) 수원시민으로서 3선 했던 전 수원시장은 이 문제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구) 수원시민이자 (현) 서울시민이 된 이유도 이 출근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1월에 수원에서 서울로 첫출근을 하려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시간에 나왔는데, '0석' 표시된 버스가 멈추지 않고 지나치더라고요. 30분을 기다렸는데 모두 지나가더군요. 태워달라고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기도 했는데, 버스기사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습니다. 과거 버스 파업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7770 입석금지'라고 검색하니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말부터 입석금지가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던 건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성남행 버스를 타고 의왕 톨게이트에서 사당행 버스로 환승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았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다리느라 출근시간대를 조금 넘긴 탓에 환승에 성공했습니다. 붐비는 시간대였다면 의왕 톨게이트에서도 한참 기다려야 했을 겁니다.
지난 1월 2일 오전 7시 10분 '수원종합운동장' 정류장에 7770을 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원래 이 정류장에서는 사람이 많이 타지 않았습니다. (사진=신유미기자)
이 상황을 알게 된 후 '한일타운'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탈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는요. 아침 7시 이전에 줄을 서면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해당 정류장에서도 버스를 탈 수 있는데요, 그마저도 아슬아슬 합니다.
사람들은 두세 정거장씩 앞서서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저도 별 수 없었죠. 안전하게 두 정거장 앞에서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도 7시 10분이 되자 줄이 가득 늘어졌습니다. 원래는 사람이 많이 타지 않던 정류장인데도요. '출근길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보통 나오던 시간보다 30분 이상은 일찍 나와야 하는 셈이죠. '한일타운' 정류장보다 한정거장 앞선 'KT위즈파크' 정류장에서 이미 0석이 되어버립니다.
카카오맵으로 본 1월4일(왼쪽)과 1월5일 버스 잔여좌석. KT위즈파크를 지나면 잔여좌석이 0석이 되어 한일타운 정류장에서부터는 버스를 탈 수 없습니다. (사진=카카오맵 캡처)
그나마 노선 앞쪽에 사는 사람들은 이게 가능합니다. 그러나 노선 뒤쪽인 '수일여중, 수일중학교'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서울에 가고 있었을까요? 아마 서울과 더 가까이 사는데도 불구하고 버스 타기는 불가능이라 지하철을 이용했을 걸로 예상됩니다. 아니면 집을 떠나 직장 근처로 옮기는 선택을 했겠죠.
수원시 장안구는 수원의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인데요, 제가 상황을 묘사한 정류장이 있는 동네의 경우 5282세대가 사는 한일타운이라는 대단지가 있고, 2354세대가 사는 조원주공뉴타운도 있습니다. 인근에 크고작은 아파트와 주택가가 있고요. 그런데 서울가는 광역버스 노선은 단 두 개입니다. 사당행 7770과 강남행 3000번입니다. 이 두 노선밖에 없는데다 입석금지를 시켜버리니 버스를 타지 못해 출근로가 막혀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