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김보연 기자]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된 이후 서울과 경기, 부산 지역 등 6곳의 PF사업장이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브릿지론 단계이며, 상가 뿐 아니라 아파트와 오피스텔까지 포함됐습니다. 만기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로 당장 큰 손실은 피하게 됐지만,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단기처방에 그칠 것이란 지적입니다.
PF대주단 협약 통해 6곳 지원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7일 "오늘 오전 기준으로 복수의 금융업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 6곳이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제만 해도 3~4건이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건수가 올라가고 있다"며 "공동관리 절차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출범한 전 금융권 PF 대주단은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대주인 채권금융기관들의 모임인데요. 협약에 따라 공동 관리 절차를 밟아 신규 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 등 사업장의 정상화 방안을 의논합니다. 부실 우려가 있는 PF사업장 중 PF 대주단이 공동관리절차에 돌입하고 사업정상화 계획을 의결한 곳은 6곳입니다.
공동관리절차에 착수한 곳은 모두 브릿지(착공 전) 단계의 사업장으로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이 모두 포함됐으며, 용도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업용 건물까지 다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율협의가 신속한 만기연장과 이자 후치 방식의 정상화 방안이 진행 중입니다.
브릿지론 만기연장·상환유예 다수
당국은 현재까지 관리절차를 개시한 사업장이 브릿지 단계의 사업장인 만큼 브릿지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브릿지론은 보통 땅을 사고 인허가를 받는 동안 증권사 등이 고금리로 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아직 삽을 뜨지 않은 곳도 많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부분 CP(기업 어음)로 발행되다 보니 단기이고, 만기도 짧다"면서 "주로 5개 미만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최대 50개가 넘는 대주들이 얽힌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지난달 27일 출범한 전 금융권 PF대주단이 부동산PF부실을 관리하는데 주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은 채권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순위도 얽혀 있어 서로 쉬쉬하며 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는데, PF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달라진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부실우려 사업장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당국이 자리를 깔아줬고, 회의의 장을 열리며 정상화할 수 있는 곳에 대해 빠른 시간 내 공동관리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PF 상반기 만기 고비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금융기관의 부동산PF잔액은 140조6000억원으로 2017년(66.2조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1.8배 수준입니다.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까지 포함하면 PF대출 잔액은 16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호황에 따라 증권사와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중심으로 대출이 급증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진행됐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부동산 PF대출 금리도 오르면서 PF대출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대출차환리스크가 커지며 부동산PF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 상반기 브릿지론의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할 것으로 알려져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사업장이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의 경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 약 14조원 중 58.4%가 브릿지론입니다. 저축은행업계는 1분기에 37%, 2분기에 27%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합하면 총 64%의 브릿지론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14년 만에 PF대주단 가동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사태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급격한 금리상승 등의 파고를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위험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정부차원에서도 이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3000여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부동산 PF대주단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입니다.
공동관리절차, 즉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것을 유도하고, 경·공매 과정에서 유찰을 방지해,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국내 PF사업장이 38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 규모는 약 20%로 보고 있습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단 공동관리절차를 밟을 수 있는 곳은 구명조끼를 받는 것과 다름 없다"면서 "결국 부동산 경기에 달려있는 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공동관리 절차 착수 사업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김보연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