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최근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이란 SNS에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산 후 결혼 등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수법을 말합니다. 로맨스(romance)와 스캠(scam)의 합성어입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는 한눈에 봐도 스캠용임을 알아볼 수 있는 계정이 많은데요, 대부분 먼저 팔로우를 건 후 메시지로 인사를 하는 방식입니다. 아마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많은 유저들이 이런 계정의 팔로우를 받아보거나 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는 제게도 종종 그런 계정이 팔로우를 걸어오곤 했습니다. 대개 해당 계정의 팔로우를 받지는 않고, '로맨스 스캠 계정이네' 생각하고 넘기기만 했죠. 그러다 얼마 전, 문득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답장을 보냈고, 이어 돈이 필요하냐고 먼저 물어봤습니다. 뻔뻔하게도(?) 100만원을 요구하며 계좌번호를 보내더군요. 대화 세 마디 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가 보낸 계좌번호는 국내 시중 은행 계좌였습니다. 확인해보니 맨 처음에 보낸 계좌는 정지된 계좌였습니다. 다른은행 계좌도 있을까 싶어 계좌번호를 몇 개 더 보내보라고 했습니다. A은행과 B은행 계좌를 보냈는데 둘다 외국인이름으로 등록된 계좌였어요. 10원이라도 송금하고 경찰에 신고할까 싶었지만 괜히 대포통장에 송금한 이력이 남으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까봐 관뒀습니다.
대신 해당 은행에 대포통장 의심계좌라고 문의를 했습니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직접적인 사기행위가 아직 나타나진 않아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계좌를 정지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상대방은 계좌번호를 안내하기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사기행위가 발생한 것은 아니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다만 해당 계좌들이 대포통장임이 분명하고, 추후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사전예방이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 아쉽습니다. 지난 3월 서울경찰청은 국내 최대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등 38명을 검거하고, 총책 등 6명을 구속하면서 은행에 800여개 계좌에 대해 지급 정지 신청을 했지만 일부 금융기관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은행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됐다는 오명은 다소 치명적으로 보입니다. 사이버 범죄가 날로 진화하는 만큼 그에 맞는 법 정비도 필요해 보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