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점포 통폐합 계획을 아직까지 수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 있는데요. 은행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역주민 의견 수렴과 대체점포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아직까지 3분기 점포 통폐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에 따라 점포 폐쇄 90일 전에는 사전 공지를 해야하는데요. 4대 은행 대부분 점포 통폐합 계획을 공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내달 3일 광화문과 청담동 소재 출장소를 인근 영업점에 통폐합한다는 공지를 최근에 올린 것이 전부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실행하기 위해 내부 메뉴얼을 만들고 있는데요. 지난 1분기까지 진행해온 점포 통폐합을 잠정 중단한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점포 폐쇄·신설 현황을 분기별 1회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습니다. 은행권은 연 1회 공시하던 점포폐쇄 현황을 오는 8월부터 분기별로 공시하기로 했습니다.
공시에는 △폐쇄 영업점이 속해 있는 지역자치단체 △지점명 △폐쇄 일자 △폐쇄 사유 △대체 수단 등 폐쇄 영업점에 대한 세부 현황이 담길 예정입니다. 은행별 현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점포 축소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자연스러운 수순인데요, 다만 효율성만 추구한 무분별한 점포 감축은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낮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이 제동에 걸고 나선 것입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점포 수는 2865개로 지난해 말 대비 35개 감소했습니다. 4대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3924개에 달했는데, 2019년 3525개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말에는 3000개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은행은 당국의 제동에 난감한 분위기를 표했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5년 간 점포 수를 줄일만큼 많이 줄인 상황이긴 하다"며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난다고 점포가 다 없어지는 상황은 아니고, 융합점포나 편의점 점포 같은 대안이 계속 생겨나는 상황 등 복합적인 상황이 얽혀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환대출이나 예금중개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해 인터넷 은행과 경쟁해야 하고, 오프라인 점포는 유지하며 금리는 압박을 주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를 아예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대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며 "특정 지역에 은행 영업점이 없으면 취약계층의 접근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당국에서 어느 정도 조율하는 역할을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