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는데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흔드는 새로운 '메기'가 탄생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승격하면 1992년 이후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됩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오
DGB금융지주(139130)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안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인가가 나더라도 대구에 본점을 둔 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은행 본연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하겠다"며 "강소은행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TF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지방은행 중 은행 자본금 및 지배구조 등 인가요건 상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한 곳은 현재까지 대구은행이 유일합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지방은행의 조달 비용이 낮아져 저리로 신규대출 취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 후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기존 수도권 및 일부지역에만 한정됐던 영업점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데요,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대구은행도 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수도권 사업 확장에 나서던 상황입니다. 앞서 올 초 대구은행은 기업특화 영업조직인 '금융센터'를 신설하고, 경기도 성남시에 '성남금융센터'를 개점했습니다. 이어 인천과 부산에 소재한 기존 영업점 1곳씩을 인천금융센터, 부산동부금융센터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시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경기 동남부 권역을 시작으로 충청, 강원지역까지 영업망을 확대해 전국 영업망을 구축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대구은행의 수도권 점포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3.2%에서 지난해 4.5%로 늘었습니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는 점포를 20개 줄인 반면 수도권 점포는 9개로 유지 중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원화여신 중 수도권 비중도 지난 2018년 말 5.9%에서 지난해 말 15.8%까지 성장했습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영업을 확대하는 등 전국구로 활동 무대를 넓히려던 차에 시기가 적절했다"며 "비대면 채널도 계속 확대할 뿐만 아니라 리테일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직까지 영업점과 같은 세부 사안은 나온 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구은행이 수도권에 진출하더라도 규모의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은행 총 자산은 67조원인데요, 같은기간 4대 시중은행 총자산은 △KB국민 493조원 △신한 445조원 △우리 420조원 △하나 471조원임을 감안하면 8분의 1 수준입니다. 이외에도 영업망 등 수도권 지역에서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구은행은 비대면 채널 위주 성장을 해왔던 만큼 해법을 찾아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권에서도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따라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질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시중은행이 하지 못했던 퍼포먼스를 보여 자극제가 됐던 것처럼 것처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역시 새로운 자극제가 돼 금융권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DGB대구은행 본점 외경.(사진=DGB금융 제공)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