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CDMO 역량 확보에 국내 기업도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이오로직스가 ADC 치료제 생산 준비에 돌입했는데요. CDMO 사업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분야에 공을 들이며 인력 유출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지난해부터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을 대상으로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양사는 신규 생산 품목으로 ADC를 선택하고 제조를 위한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공격적인 ADC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존 의약품과 비교해 개발과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분야별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향후 인재 영입 경쟁과 이를 둘러싼 갈등은 한층 심화할 전망입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의 영업비밀 자료인 품질보증 작업표준서(SOP)는 한 회사의 업무 노하우와 그간 쌓아놓은 영업 기밀이 집적된 것"이라면서 "특히 시설 관련한 SOP는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력 유출에 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삼성바이오는 최근 ADC 생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요. ADC 치료제 기술개발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으며, 내년 ADC 생산을 목표로 국내에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롯데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벤처 카나프레타퓨틱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인데요. 2025년 1분기 생산을 목표로 인수한 미국 시라큐스 공장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해 58억 달러(약 8조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26년 130억 달러(약 1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 CDMO 사업을 영위하면서 인력 유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바이오의 국내 생산공장 부지까지 삼성바이오 공장 인근으로 정해지며 신경전은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삼성바이오가 송도에 입주한 이후 다양한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 해외 기업이 차례로 입주하면서 바이오 클러스트가 구축됐는데, 롯데바이오가 유사한 사업 비전과 성장모델로 그 수혜를 누린다는 것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것이지요. 롯데바이오 측은 송도에서 공장 부지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공개채용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어 '인력 빼가기'는 억측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공장을 짓고 있는데 삼성바이오 측에선 생산설비 관련 인력뿐 아니라 이후 내부시설 검사나 벨리데이션 인력 유인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해 노하우가 축적된 관련 분야 인재 영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바이로직스 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