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중소형 증권사 제약·바이오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주 부진 장기화로 업종 입지가 쪼그라든 데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 체계는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소형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의 퇴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A 투자증권에 재직하던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B증권사와 C증권사의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 역시 회사를 떠났습니다. 공석을 메우기도 쉽지 않아 B증권사는 반년 동안 자리를 비워두다 최근에서야 연구원을 충원했습니다.
우선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지만 엔데믹과 맞물려 업황 매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자금난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는 데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신규 투자금도 크게 줄었는데요. 주가가 오르면 해당 섹터 애널리스트 몸값도 함께 오르는데, 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지요.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투자 대상 기업을 탐방하고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본연 업무뿐 아니라 본인이 속한 리서치센터 운영 수익성을 위해 펀드매니저를 상대하는 영업 활동에도 내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증권사의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회계 정보로 기업 가치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약 기술도 따로 챙겨야 하는 등 타 섹터에 비해 업무 강도가 센 편"이라면서 "업무량에 비해 인센티브가 제대로 주어지는 시스템도 아니라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전 같지 않은 애널리스트의 위상도 이탈을 가속화한 요인입니다. 과거 제약바이오 섹터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이들의 리포트가 절대적인 가이던스로 작용하며 영향력이 컸는데요.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약사 출신이거나 대형제약사 연구원, 관련 전공 박사학위자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튜브와 텔레그램 등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의존도가 낮아졌습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최근에는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이 억대 연봉과 상장 후 대박이 기대되는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재무·회계지식을 갖춘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는 높기 때문에 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