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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준칙 개정에 '일촉즉발' 경찰…"법률 위반 난무"
법무부, 수사준칙 개정 강행
입력 : 2023-08-07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수사준칙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그동안 경찰이 전담해 온 '보완수사·재수사'를 검찰이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의 수사권을 확대하고, 경찰의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무부(사진=연합뉴스)
 
검찰 수사권은 '확대', 경찰은 대폭 '축소'?
 
지난 7월 3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경찰의 위법한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이행되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고, 경찰이 전담해 온 '보완수사·재수사'를 검찰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검·경이 보완수사를 분담해 보다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찰국 신설 때처럼 이번 수사준칙 개정도 '시행령 꼼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총경회의를 주도한 뒤 보복인사를 주장하며 사직의 뜻을 밝힌 류삼영 총경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사준칙은 검사와 사법경찰 간의 상호 협력과 일반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이라고 돼 있는데, 이번 개정은 경찰이 하는 송치·불송치, 수사 종결 권한을 검찰이 나눠 갖겠다는 것이다"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수사종결권을 가지는데, 대통령령을 통해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수사준칙 개정이 수사종결권이 검찰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류 총경은 "검찰은 이번 개정을 통해 수사 종결권이 검찰에 있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었지만 검찰이 다시 가져왔다는 것을 알려 지위를 알리려는 의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부서가 업무과부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준칙 개정으로 수사부서의 업무부담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해괴한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류 총경은 "수사부서 업무해소는 말이 안 되는 게 검경 수사권 조정이 2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적응이 돼 체제가 안정되는 중이었다"라며 "불기소 이유서나 불송치 결정서 같은 그동안 안 했던 익숙지 않은 일을 하다 보니 일이 늘었지만, 2년 하니 이제는 다들 익숙해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법무부 검찰 수사관이나 검사들은 안 하는 게 익숙하게 됐는데, 이제 와서 다시 수사권을 검찰이 갖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수사준칙 개정…'법률 위반' 주장
 
수사준칙 개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류 총경은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정한 범위이자 법률을 위반하면 안 되는 범위 안에서 위임받은 사항이나 집행하기 위한 사항에 관해 발할 수 있는데, 경찰 수사종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에 위반되는 명령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찰관은 "경찰국 신설 때도 그렇고, 법령에 의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하는 것에 대한 절차나 이런 것들은 좀 따져봐야 할 것 같다"라며 "시행령 추진에 대해 정확한 답이 없으니 우리는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선 경찰들은 이번 수사준칙 개정이 기존과 크게 달라질게 없다고 말합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고 해도 실무적으로 중요한 영장청구권이 경찰에게 없으니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소권이 검사에게 있는 만큼 준칙 개정으로 경찰의 권한을 나눈다는 것이 무의미하고 주장했습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수사만 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 수사를 잘할 수 있는데 페이퍼워크에 뺏기는 시간이 너무 많다"면서 "수사권 조정이나 준칙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가 체감할 정도로 있을 것 같지 않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핑퐁게임으로 수사가 지연돼 개정에 나섰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면 전혀 대안이 담겼다고 볼 수 없고, 그냥 검찰 권한 확대를 위한 핑계라고 보인다"라며 "이런 혼란들이 수사를 하는 경찰들의 자부심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난 류삼영 총경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사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박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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