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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너무 특별한 배역이었다”
“항상 정의롭고 특별한 사연 가진 인물 연기…‘민성’, 평범해서 더 어려워”
입력 : 2023-08-09 오전 7:00:2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주 솔직하게, 또는 그냥 대놓고 얘기를 하면 딱 까놓고라는 표현도 있고. ‘마블이란 거대 세계관에 합류한 대한민국 출신 세 번째 배우(수현, 마동석, 그리고 이 배우)란 타이틀. 그게 없었다면 놀랍지만 이 배우에게 대표작이 있나 싶긴 했습니다. 이 배우에 대한 대놓고 디스(dis)’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마블타이틀 외에 뭐가 있나 싶긴 했습니다. , 있었습니다. 레고 머리 스타일 신드롬을 일으킨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그리고 배우 강하늘과 함께 버디 청춘 액션 무비 흥행을 일궈낸 청년경찰’. 2011년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12년차 배우로선 좀 뭔가 부족해 보이는 대표작 라인업 이기도 합니다. 한때 그래서 절친의 대표작에 특별 출연으로 등장한 뒤 부럽기도 했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절친이 나중에 똑같이 특별출연 품앗이로 값아 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흥행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배우, 뭔가 안 풀려도 참 안 풀린다 싶었습니다. 마블 세계관 합류 보도 역시 처음에는 국내를 들썩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루머가 쏟아지면서 그 화제성 마저 시들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이 배우가 몇 년 전 촬영을 끝마친 영화가 개봉합니다. 일단 영화, 완성도가 끝내줍니다. 그리고 이 배우, 극 안에서 정말 돋보입니다. 앞서 설명한 긴 문장들. 이 영화 한 편으로 깨끗하게 치워질 듯합니다. 배우 박서준, 그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자신의 대표작을 선정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이제 박서준에게도 완벽한 대표작이 한 편 생겼습니다.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박서준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배우 데뷔 이후 가장 큰 도전을 해 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데뷔 이후 주연의 자리에서만 있으면서 꽤 다양한 배역들을 도 맡아 왔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의 퇴마사도 해봤습니다. 심지어 마블 세계관에선 다른 행성의 왕자까지 됐습니다. 그런 그에게 특별하고 큰 도전이란 게 있을까 싶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재앙 이후의 세계관을 그리니 장르적 도전이 될 수도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전부 틀렸습니다.
 
그냥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게 너무 특별했고 또 어려웠어요. 이게 말이 안되는 걸 수도 있어요. 근데 주연을 많이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오는 설정들이 많아요. 항상 정의롭고 항상 특별한. 근데 이번에 제가 연기한 민성은 그냥 가족을 생각하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었어요. 배우들이 이런 배역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정말 큰 도전으로 다가왔어요. 그 어떤 극단적 표현도 없는 인물이라 적정선의 연기를 찾아가는 톤 조절도 결코 쉽지 않았어요.”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박서준은 민성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에게 민성처럼 일상적인 톤을 유지한 배역은 데뷔 이후 거의 처음인 듯 하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장르적으로 재난물입니다.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그 속에서 가족을 지켜야 하는 한 남자의 심리. 그것 지켜야 하는 수위, 즉 감정의 선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모든 게 지금까지 해온 연기의 틀에서 새로움을 더해야 했습니다. 물론 외모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했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새로워야 했습니다.
 
민성은 기본적으로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가족이 위험한 상황이 될 때 이런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감정을 폭발시킬까 싶었죠. 어느 정도의 목소리 톤이고 어느 정도의 눈빛이고.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적정한 선. 그걸 찾아 가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이 모든 게 가장 현실감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했어요. 감독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이거든요. ‘드림촬영 끝나자마자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합류했는데, 체형적으로 좀 말라 보였으면 했기에 7kg이상 체중 감량도 했어요.”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촬영에 얽힌 비밀 중 하나. 극중 대부분의 배우들이 두터운 외투를 입고 등장합니다. 전반적으로 극 자체의 설정이 시작부터 추운 겨울은 아니었지만 보는 관점에서도 꽤 쌀쌀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은 촬영 기간 동안 너무 많은 땀을 흘려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고 웃었습니다. 표정으로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현장에선 이게 진짜 재난이다라고 할 정도였답니다. 바로 한 여름에 촬영을 한 덕분에 두꺼운 외투 속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고 또 젖었답니다.
 
진짜 다들 이게 진짜 재난이다고 혀를 내둘렀어요(웃음). 한 씬 만 찍고 나도 속옷까지 흠뻑 젖기 일쑤였으니까요. 촬영 직전 대기를 하는 동안에 다들 땀으로 세수를 했어요. 그래서 분장도 지워지고 너무 고생을 했어요. 극중 설정이 이상 기온으로 평소보다 날씨가 더 추운 설정인데, 다들 땀으로 흠뻑 젖어서(웃음). 근데 영화를 보니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져서 놀랐어요. CG로 입김까지 넣어주셔서 너무 현실감 있더라고요.”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공개된 직후 쏟아진 찬사는 역대 한국 영화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특히 극중 주민대표로 뽑힌 김영탁을 연기한 이병헌에 대한 연기적 찬사는 경이롭다는 수준으로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그는 극중 모든 분위기와 모든 상황을 연기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했습니다. 극 안에서 이병헌과 가장 많은 장면을 소화한 박서준은 이런 평가에 대해 오히려 모자란 수준이라고 전할 정도였습니다.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단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듯했어요. 선배님의 영화 속 연기 중에 소름 돋는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그게 굉장히 롱테이크 장면이에요. 시사회 끝나고도 다들 그 장면을 인상 깊다고 해주셨는데. 전 그 장면에서 선배님 바로 옆에 있었잖아요. 그때 선배님의 호흡과 연기 템포가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요. 그걸 영화로 보니 더 소름이 돋았고. 그 장면을 3번 정도인가 찍었거든요. 근데 진짜 소름 돋는 거 말씀 드려요? 영화 완성본에 나온 그 장면이 사실은 테스트 컷이에요(웃음). 그 정도로 선배님의 집중력과 해석력이 경이롭다는 거죠.”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개봉을 며칠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였습니다. 이미 언론 시사회 그리고 일반 시사회에서 터져 나온 호평은 흥행 기대감을 한 없이 끌어 올렸습니다. 무엇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높은 완성도가 많은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 중심에 분명 박서준의 뚜렷한 연기적 지분이 있었습니다. 개봉 이후 그리고 앞으로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대표작으로 소개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물어봤습니다. 박서준, 좀 예상과 다른 답을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가만 들어보니 충분히 그다운 대답이었습니다.
 
제가 연기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계속 할 생각이에요. 그럼 저의 필모그래피도 당연히 쌓여가는 것이고. 그 안에서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또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전 영화나 드라마 모두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과 만나면 그 순간에는 가장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그 다음 작품에선 또 더 최선을 다하고.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그 인연에 충실하다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같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다음 작품이 또 제 대표작이 될 수 있기도 하고. 그래서 대표작이란 단어에 그렇게 깊은 의미를 두려는 성격이 못되요. 그냥 이번에 최선을 다했으니 콘크리트 유토피아많이들 보러 와 주시고 좋은 평가 든 그렇지 않은 평가 든 많이 전해 주세요. 그게 저에겐 제일 좋은 영양제 입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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