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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D.P. 시즌2’ 한준희 감독 “국가는 정말 책임이 없는 건가”
“시즌1 ‘조석봉 사건’ 이후 어떤 식으로든 달라진 그들의 모습 고민”
입력 : 2023-08-11 오전 7:00:2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군대그리고 군복무’. 이 단어가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일단 악몽일 것입니다. 군복무 중인 남자, 그리고 제대를 한 남자. 모두에게 해당될 것입니다. ? 라는 이유는 없습니다. 군대는 그 자체로 통제된 상황 속에서 자유와 의지가 박탈된 채 살아온 날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생면부지의 비슷한 나이대 동성들과 규정된 공간 안에서 일정 기간을 살아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곳. 그 자체로 혈기 왕성한 그들의 심리는 폭발하거나 침몰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통제된 공간은 그 자체로 규정된 기준과 규정되지 않은 임의적 기준을 만들어 버립니다. 앞선 기준은 군율 그리고 두의 기준은 비공식적 군율, 즉 각종 부조리를 말합니다. 여기서 부조리의 대부분은 군 부대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 사고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아마 여기서부터 출발했을 겁니다. 작가 김보통의 유명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D.P.’. 20218월 공개가 된 뒤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국내에선 신드롬을 넘어 시청자들 사이에 ‘PTSD 유발 드라마란 전무후무한 관람평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총 6화에서 찾지 못했던 답에 대해 최소한의 의무를 갖고 출발한 시즌2. 시즌2라기 보단 시즌1의 연장선이라고 합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은 한준희 감독. 그는 시즌2가 아닌 ‘D.P.’ 그 자체라고 전했습니다.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 없는 모자를 쓴 모습 그대로 인터뷰 장소에 온 한준희 감독. 그는 시즌1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시즌2에서도 역시 미안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의 사과에는 가볍게는 남성 시청자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기억을 다시 들춰내게 만든 이유를 만든 것. 반면 무겁게는 그 경험을 왜 모조리 악몽이라고만 기억하는지. 그 이유를 찾고 싶었던 바람. 그 두 가지가 합쳐져서 이번에도 미안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시즌1에서 미안함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다시 돌아오게 돼 미안합니다(웃음). 시즌2 결정이 확정된 뒤 김보통 작가님과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시즌1에서 이어지는 얘기로 갈 수 밖에 없었죠. 시즌1이 답답하지만 무기력한 애기로 끝을 맺었다면, 시즌2에선 그들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서 무엇이라고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조석봉 사건을 겪고 어떤 식으로든 달라진 그들의 모습이 무엇을 만들어 낼까. 그걸 고민했습니다.”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일단 시즌1은 각각의 사연과 그 사연을 가진 인물의 에피소드에 집중했습니다. 그 에피소드 안에서 안준호와 한호열 그리고 그 밖에서 박범구 임지섭 두 인물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성장이 맞닿은 전개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시즌2는 앞서 한준희 감독이 말한 전개에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시즌1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있지만 인물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6화를 거대한 하나의 주제로 묶고, 그 주제 안에서 얘기를 풀어나갔습니다.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습니다.
 
일단 시즌1이나 시즌2나 군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추려냈습니다. 징병제를 택한 우리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봤어요.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사건과 사고, 탈영의 사례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었죠. 시즌1과 마찬가지로 시즌2에서도 준호와 호열이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걸 고민헀어요. 사건보다는 사람이 먼저 보였으면 했죠. 준호와 호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에 맞는 사연을 배치했죠.”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시즌2에선 새롭게 합류한 인물들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악역 또는 악역으로 해석이 될만한 두 인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두 사람이 눈에 띈 이유는 섬뜩한 연기의 리얼리티 때문이기도 했지만 평소 그런 연기를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던 배우들이었기에 더 놀라웠습니다. 바로 구자운 준장을 연기한 배우 지진희, 그리고 구 준장의 수족인 오민우 준위를 연기한 배우 정석용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문자 그대로 서늘하다 못해 비릿한 냄새가 풍기는 으로 등장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악인이라고 설정하기 보단 두 선배님들의 상징이 있어요. 먼저 구자운 준장은 시스템을 의인화 시킨 캐릭터였어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그냥 벽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죠. 정석용 선배를 통해선 과거의 군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냥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는, 군대니깐 그럴 수 있고 군대니깐 그래도 되는. 그런 이미지를 응축시킨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정 선배는 차이나타운에서 함께 했는데 당시 처참하게 당하는인물이었는데, 모니터를 통해 언뜻 서늘한 이미지가 보였어요. 그래서 나중에 안타고니스트를 한 번 해보셔도 좋겠다싶었는데 이번에 너무 섬뜩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죠.”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D.P.’는 각각의 에피소드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고 또 끔찍한 수준이라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2에서 등장한 전방GP를 배경으로 한 일명 불고기작전에피소드는 충격적이다 못해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얘기를 선택한 이유와 이에 얽힌 에피소드가 궁금했습니다. 한 감독은 시즌2를 준비하면서도 김보통 작가와 함께 정말 많은 취재를 했습니다. 그 가운데 불고기작전을 선택한 이유는 이랬습니다.
 
지금 30대 중반 이상 나이대의 군 제대 남성분들이라면 한 번 쯤을 들어 보셨을 얘기가 불고기작전이란 유명한 괴담이에요. 이런 괴담을 얘기하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 궁금증에서 출발한 에피소드에요. 그 에피소드를 파고 들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죠. 내겐 좋은 기억이지만 누군가에겐 지옥 같은 기억. 같은 기억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각자의 기억에 따라 사건은 분명 달리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맹목적이란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그걸 좀 말하고 싶었어요.”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시즌2에선 시즌1의 밉상에서 마지막 호감으로 변해간 임지섭 대위의 분량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임지섭 대위를 연기한 배우 손석구는 시즌1 이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스타급 배우로 발돋움 했습니다. 때문에 시즌2의 분량 증가를 두고 한준희 감독의 상술이 투여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한 감독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웃음)저도 그런 말을 들었는데 전혀 아닙니다. ‘나의 해방일지범죄도시2’가 큰 성공을 거뒀는데, 그 이전에 이미 ‘D.P 시즌2’ 대본이 다 나왔고 두 작품 촬영하기도 전에 이미 손 배우에게 전달됐었습니다. ‘D.P.’는 시스템에 대항하는 얘기이다 보니 준호와 호열 같은 사병 외에 장교도 필요했어요. 사건의 어떤 발화점을 찾고 그 시작을 구성하다 보니 임지섭 대위 분량이 늘어났죠. 배우 인기를 고려한 부분은 진짜 조금도 없었습니다. 하하하.”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사실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D.P’ 시즌1 이전 원작 웹툰이 만들어 진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좀 더 나은 군대, 우리 기억 속의 그런 곳에서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그래서 출발을 하게 된 ‘D.P.’. 원작과 영상으로 전환된 ‘D.P.’의 실제 배경이 된 대한민국 군대. 도대체 군대는 왜 그럴까. ‘D.P.’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군대는 괴물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군대에선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사건과 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왜 그런 일이 이어지고 있을까요.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이게 군대만의 얘기이고 문제일까. 그런 의문이 드네요. 어떤 형태의 조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목적성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너무 크다고 생각돼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 모여 있으면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 공간에서 위계 질서나 관계성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정확히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그러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걸 아무도 하지 않잖아요. 특히 그렇게 되라고 그 시스템을 방치한 국가, 그 국가의 책임은 정말 없는 건가요. 그걸 묻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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