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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민폐 캐릭터? 속상하죠”
“우연히 본 시나리오, 절대 놓치기 싫어 감독님께 먼저 연락했다”
입력 : 2023-08-16 오전 7:00: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재난 장르와 어울리는 구석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구석구석 살펴보고 또 뜯어봐도 없습니다. 이 배우의 얼굴에서 재난을 찾아내기란 날개 없는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무엇보다 유부녀입니다. 결혼을 한 기혼 여자입니다. 물론 더 어렸을 때 아이를 둔 미혼모 캐릭터를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니다. 당시 그 배역의 영화에선 귀여움을 담당했고, 그 영화의 장르도 코믹 가족극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시 말하지만 재난입니다. 근데 더 놀라운 건, 이겁니다. 이 영화 속 이 배우가 맡은 그 인물. 이 배우가 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단 점입니다. 그는 이 배역에 제안 조차 받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같은 소속사 배우인 이병헌에게 전달된 시나리오를 읽고 푹 빠져 버렸습니다. 이 배우는 소속사를 통해 감독님과의 미팅 여부를 타진했습니다. 참고로 같은 소속사 식구인 이병헌은 이런 내막을 알지도 못했답니다. 그렇게 이 배우는 이 영화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을 감독에게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배역을 맡게 됐습니다. 바로 박보영입니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극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배역 중 한 명인 명화역을 맡았습니다. 한때 국민 여동생그리고 러블리대명사로 불리던 박보영이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속 박보영은 전혀 다른 박보영 이었습니다. 우리가 알던 박보영은 없었습니다.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캐스팅 과정이 정말 특별해 보였습니다. 사실 박보영 정도라면 대규모 블록버스터는 어렵더라도 충분히 중급 규모 이상 영화의 주인공 캐스팅은 무난한 이름값을 자랑합니다. 드라마라면 당연히 미니시리즈 주인공도 가능합니다. 그런 박보영이 먼저 감독에게 연락을 했고, 먼저 작품 출연 가능성을 물어봤고, 먼저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래서 캐스팅에 대한 부분을 거꾸로 먼저 기다리며 노심초사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저도 우연히 본 시나리오인데 너무 하고 싶었어요. 놓치기 너무 싫더라고요. 회사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보여주시고, ‘이런 장르 어떻게 보느냐’ ‘이런 캐릭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등 여러 질문을 하시는데 저한테 캐스킹 제안이 온 게 아니라 그냥 제 생각만 여쭤 보시더라고요(웃음). 근데 다른 배우에게 주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이거 제가 하면 안되요라고 여쭤보고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어요. 사실 이런 장르 너무 좋아하는데 저한테는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요.”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은 이렇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이후 무려 5년 만의 복귀입니다. 사실 이 영화, 출연 결정과 촬영은 이미 끝마쳤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지면서 복귀 기간도 5년으로 늘어났답니다. 오랫동안 공백기를 두는 스타일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다며 샐쭉하게 웃는 박보영입니다. 5년 만에 자신의 연기를 큰 스크린으로 본 소감 그리고 자신이 연기한 명화에 대한 느낌을 물어봤습니다.
 
전 제 영화를 보면 제 연기 밖에 안보여서 객관화를 잘 못해요. 배우들이 다들 그렇듯, 저도 제 연기의 아쉬움만 보여요. 방금 전 촬영한 연기도 아쉬운 마당에 2년 전에 찍은 영화를 보는 데 오죽 했겠어요. 이런 마음으로 명화를 연기했으니. 다들 잘 봐 주셔야 하는데. 하하하. 어떤 분이 명화를 민폐 캐릭터라고 하시던데, 약간 속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근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명화같은 인물 한 명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에게 명화에 대한 얘기를 더 부탁했습니다. 일단 명화콘크리트 유토피아속 출연 인물들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변화를 겪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재난이란 상황 속에서 그 상황에 걸맞게 변화를 맞이하고 또 순응하면서 사는 방식을 택합니다. 하지만 명화만큼은 달랐습니다. 제한된 상황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모두가 사는 것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바라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명화입니다.
 
아파트 사람들 모두가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데 그 속에서도 특히 남편 민성(박서준)이 변해가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잖아요. 어려운 상황일수록 전 명화 같은 사람 한 명은 꼭 존재하고 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전 제가 연기한 명화를 너무 응원했어요. 명화는 이 영화 속에서 희망을 상징하고 또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존재처럼 다가왔어요. 물론 연기를 하면서도 같은 상황에서 나라면 명화처럼 했을까.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겠더라고요.”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그런 명화를 연기하기 위해 박보영은 외형적인 변화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재난 이후 상황에 걸맞게 예쁜 모습은 애초부터 포기했습니다. 검은 칠과 떡진 헤어스타일을 촬영 내내 고수했습니다. 특히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변화된 인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답니다. 평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린 듯한 보이스 컬러 때문에 스스로도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문득문득 그런 목소리 색깔이 나와 여간 고생을 한 게 아니었답니다.
 
외형적인 부분은 분장팀과 상의를 해서 맞춰갔어요. 재난 이후 상황이니 무조건 꾀죄죄한 모습으로 가야했어요(웃음). 근데 문제가 목소리였어요. 하하하. 제가 평소에도 약간 콧소리가 좀 있는데, 이게 저도 문득문득 신경을 안 쓰면 그게 팍 튀어 나와요. 심지어 촬영을 할 때도 아주 가끔씩 섞여. 이번에도 오빠 빨리 들어와라는 대사가 나중에 들어보니 오빠 빨리 들어왕이라고 들려서 너무 놀랐죠(웃음). 그래서 후시 녹음에서 명화가 아닌 박보영의 목소리는 전부 후시로 다시 녹음을 했어요. 어휴 진짜(웃음).”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은 지금까지 자신에 대한 타이틀 국민 여동생에 대해 너무 감사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 단어에 갇혀 자신의 연기적 확장성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심적 부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너무도 감사하고, 또 언론 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에 사실 마음이 많이 들떴다며 웃었습니다. 뭔가 크게 새롭게 변한 도전이라기 보단 박보영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 그 정도만이라도 대중들이 알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일단 제 필모그래피에 이 작품 이름이 있단 게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난 이런 걸 하면 안되나싶은 적이 많았어요. 근데 이번 작품이 그걸 깨 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해요. 최대한 많이 해보고 부딪쳐 봐야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볼 기회가 있을 듯 해요.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한 편으로 박보영의 변신이 완료됐다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요. 제 안에 있는 다른 부분을 이제 겨우 한 번 꺼내 써본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더 다양한 작품으로 더 많은 박보영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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