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중증 환자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 대응책은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응급환자가 응급실 수요 거부로 뺑뺑이를 돌다 끝내 사망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의료 강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충격과 수용거부 병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선 것입니다.
경기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사진=뉴시스)
응급실 뺑뺑이, 2022년 6703건
응급실 뺑뺑이는 2020년 7542건, 2021년 7634건, 2022년 6703건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앞서 지난 5월 용인시에서 70대 남성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응급실을 수소문하던 끝에 숨졌습니다. 70대 A씨는 교통사고로 심정지와 복강 내 출혈을 입었고, 구급대는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급한 대로 신갈강남병원에서 1차 응급처치를 받은 후 병실을 찾아 경기 북부권까지 8곳에 문의했지만, 입원할 병실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송 중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A씨는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사망했습니다.
3월 대구에서도 비슷한 뺑뺑이 사고가 있었습니다. 4층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인근 8개 병원에서 전부 입원을 거절했고, 결국 학생은 숨졌습니다. 각각 병원들은 '다른 진료가 필요하다', '의료진이 없다'는 등을 이유로 입원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입원을 거절한 해당 병원 중 일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는 병원 확대…대구 구급의료체계 강화
정부와 지자체들은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앞서 그간 119와 의료기관 간 중증도 분류 기준이 달라, 환자 중증도·긴급도 분류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 전 중증도 분류기준'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 응급 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부분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도내 2곳이던 지역외상협력병원을 8곳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신규지정되는 병원은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합니다.
지난 3월 뺑뺑이 사망사고를 겪은 대구시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병원 선정, 통보 권한을 부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추후 119구급대가 환자 증상에 따른 의료기관 선택 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시는 구급상황관리센터의 권한이 커진 만큼, 인력을 확대하고 오는 2026년까지 지역응급의료센터를 6개에서 7개로 확충해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할 계획입니다.
경북도와 경남도 역시 지역 병원장들과 소방 관계자들과 함께 협의체를 열고 환자 이송, 응급의료 비상대응체계 등을 논의하는 상황으로, 계속해서 응급환자 과밀화 해소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도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거리에서 헤매지 않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 확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응급의료센터. (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