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은행권이 '잘파세대' 잡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청소년 전용 서비스를 출시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별도의 유스앱(청소년 전용앱)을 출시하기도 합니다. 잘파세대는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본격적 소득활동을 하기 전 Z세대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스마트폰 원주민' 세대인 이들의 금융 거래 패턴이 기성세대와 사뭇 다르기 때문에 향후 은행의 생존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충성도 확보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청소년 전용 서비스 잇단 출시
시중은행이 출시한 청소년 전용 뱅킹앱. 왼쪽부터 하나은행 아이부자, 국민은행 리브넥스트, 카카오뱅크 미니. (사진=각 사 제공)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잘파세대' 공략을 위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 중입니다. △KB국민은행 ‘리브 넥스트’ △신한은행 ‘리틀신한케어’ △하나은행 ‘아이부자' △우리은행 ‘우리틴틴' △카카오뱅크 ’미니‘ 등입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청소년 전용 서비스는 자사 뱅킹앱 우리원뱅킹과 신한쏠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지난 6월 출시한 ‘우리 틴틴’ 서비스는 만 14~18세의 청소년들이 계좌가 없어도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간편하게 각종 결제와 금융, 교통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불 전자지급 서비스입니다. 가입시 BC 페이북 등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등록해 실물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틴틴’ 고객을 확장하기 위해 맞춤형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 친구를 초대해 많이 가입시킨 고객을 대상으로 최신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팟을 경품으로 지급합니다.
신한은행의 ‘리틀 신한 케어’는 △태아 미리 등록 서비스 △미성년자 미리 작성 서비스 △우리아이 맞춤 상품 보기 △아이·청소년 행복 바우처 △증여 관련 서비스 △신한 밈 카드 발급 등 미성년 고객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별도의 청소년 전용앱인 ‘유스앱’을 제작해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선 은행들도 있습니다. 국민은행 리브넥스트와 하나은행 아이부자앱입니다.
국민은행은 '리브 넥스트'를 출시해 주요 고객인 미성년자 고객의 '금융 독립'에 초점을 맞춰 10대 고객이 독립적으로 금융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금융 경험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인기 아이돌 그룹 에스파 멤버들이 출연하는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 2023’를 제작하거나 인기 유튜버 ‘숏박스’와 협업해 ‘KB국민은행X숏박스’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1년 6월 초등, 중학생을 위한 체험형 금융플랫폼 ‘아이부자 앱’을 출시했습니다. 자녀 회원과 부모 회원이 함께 각자의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고 모바일을 통해 주고 받는 용돈을 기반으로 자녀 스스로 모으고, 쓰고, 불리고, 나누는 다양한 금융활동을 통해 올바른 금융 습관 형성을 도와줍니다. 아이부자 앱 결제 전용 선불카드인 아이부자카드를 통해 올바른 소비습관도 형성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부자는 출시 후 2년 만에 가입자 수 11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카카오뱅크, 유스앱 도입 가장 빨라
시중은행의 청소년 서비스 도입은 카카오뱅크의 '미니' 서비스 출시 이후 활발한 모습입니다. 카카오뱅크는 2020년 10월 ‘미니’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청소년 전용 플랫폼을 도입한 겁니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충전된 금액만큼 모바일 간편 결제나 카드 결제가 가능한 청소년 전용 앱입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출시 3년 만에 가입자가 180만명을 돌파하면서 지난달부터는 가입 대상을 기존 만 14~18세에서 만 7세 이상 18세 이하로 확대했습니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미니생활’ 서비스를 통해 급식표, 시간표 등 청소년 세대의 생활에 밀착한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은행권의 ‘잘파세대’ 공략은 금융당국의 제도 완화에 힘입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 이행을 위한 조치로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비대면 방식으로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한 바 있습니다. 이후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미성년자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인 '내 아이 통장 만들기'를 오픈했습니다. 이어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속속 관련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잘파세대는 첫 금융거래 패턴이나 은행에 대한 인식도 기성세대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은행권이 청소년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의 금융거래 양상이나 인식이 대학생과도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8~9명은 시중은행을 통해 처음 금융거래를 시작한 반면 중고등학생은 5명 정도만 시중은행에서 처음 거래를 시작했고, 나머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유스앱을 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랜드 신뢰도나 실사용 수준에서 기성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중고등학생이 인지하는 금융사 브랜드 순위도 기성세대와 달랐습니다. 시중은행보다 카카오, 토스 계열의 빅·핀테크 브랜드가 다수, 선순위에 포함돼 있어 같은 Z세대인 대학생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 겁니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대 이하에 뒤늦게 접근한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잘파 세대 확보가 향후 더 치열해질 시장경쟁을 준비하는 필수 조치일 수 있다"며 "잘파세대는 동일한 집단이 아니므로 성장에 따른 맞춤 관리가 체계적으로 계획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