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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그렇게 ‘화사한 그녀’는 아니었습니다
엄정화 주연, 코미디+범죄+케이퍼 장르 더한 복합 상업 장르
입력 : 2023-10-13 오전 7:00:0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욕심이 과했다면 온전하게 맞는 말이고, 욕심이 부족했다면 집중을 못한 판단 미스입니다. 좋은 소재로 분명하게 킬링 타임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지만, 여러 장르의 장점을 끌어와 하나로 버무리고 우겨 넣으니 모양새가 영 그랬습니다. 흔히 말하는 가 나지 않습니다. 웃으라고 만든 지점이 정확하게 보이지만 웃음이 터지지 않고, ‘기발하다느끼게 해주려 만든 장치가 전혀 기발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군데 군데 욕심을 너무 부리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정체 불명의 무엇이 돼 버렸습니다. 코미디를 따라가면서 코미디를 느껴야 하는데 각각의 정류장이 존재합니다. 액션 케이퍼 범죄물 걸크러쉬 등. 그나마 코미디가 느껴지는 건 주연 배우 엄정화의 굵직한 존재감 덕분입니다. 엄정화가 존재하니 그나마 겨우 이 영화의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 화사한 그녀입니다.
 
화사한 그녀는 제목 그대로 화사한 느낌의 그녀 지혜’(엄정화)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을 유쾌한 터치로 그려 나갑니다. 사기꾼은 기본적으로 악인이고 빌런입니다. 하지만 화사한 그녀에서의 사기꾼 지혜는 조금은 허술해 보이고 또 억척스러운 면도 있지만 예상 밖으로 여린 속마음을 가진 사랑스러움이 강점인 인물입니다.
 
 
 
지혜는 사기꾼으로선 은퇴를 앞둔 상태. 그는 은퇴 전 인생 역전이 가능한 큰 건을 물색합니다. 결국 레이더에 걸린 건수, 바로 국내 문화재를 일본으로 빼돌려 거액의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친일파 후손의 집. 지혜의 계획, 단순합니다. 이 집의 아들 완규(송새벽)를 유혹해 잠입하는 것. 완규는 예상 밖으로 허술하고 단순하며 또 허세로 가득한 MZ세대.
 
지혜는 완규의 SNS를 염탐, 그가 고양이 애호가란 점을 이용합니다. 그의 애완 고양이를 납치,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서 그를 유혹합니다. 완규가 나이가 많은 연상, 특히 모니카 벨루치 같은 육감적인 느낌의 연상녀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단 점을 노립니다. 강렬한 느낌의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고양이를 돌려주러 나간 자리에서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잠입한 완규의 집. 그의 아버지 기형(손병호), 그리고 기형의 비서이자 집사 역할을 하는 쿠미코(김재화)는 묘한 분위기로 지혜를 바라봅니다. 특히 눈치와 촉이 남다른 쿠미코의 감시가 보통이 아닙니다.
 
영화 '화사한 그녀' 스틸.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지혜는 갖가지 아이디어, 그리고 자신의 딸 주영(방민아) 그리고 자신의 조력자 조루즈(박호산)의 도움을 통해 완규의 집 지하실로 잠입합니다. 그곳에 보관된 막대한 물량의 국보급 문화재. 하지만 지혜의 관심은 기형이 수집한 이 문화재를 일본으로 빼돌린 뒤 벌어 들인 엄청난 물량의 금괴입니다. 지혜를 중심으로 한 팀 그리고 기형과 쿠미코 그리고 쿠미코의 수족과도 같은 의문의 해결사까지. 이들의 대결이 사기극 특유의 물고 물리는 방식을 그려내는 데 힘을 보탭니다.
 
화사한 그녀는 주인공 지혜의 원맨쇼에 가까운 2시간짜리 퍼포먼스입니다. 일단 캐릭터 자체는 관객 입장에서 소비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쉽게 말해 즐길만한 요소가 꽤 많단 얘기입니다. 엉뚱하고 엉성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등 예상을 넘어서는 좌충우돌스타일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장르 상업영화에서 꽤 타율이 높은 코미디 캐릭터의 기본 전제입니다. ‘화사한 그녀속 엄정화가 그리는 지혜가 딱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엄정화의 지혜딱 거기까지 입니다.
 
영화 '화사한 그녀' 스틸.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엄정화는 화사한 그녀에서 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으로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엄정화를 보여 줍니다. 극중 캐릭터의 결 자체인 사기꾼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아낸 듯 장면 장면 및 컷과 컷 사이에서 순식간에 다른 변장 수준으로 여러 모습을 선보입니다. 문자 그대로 척척소화하는 모습은 보는 재미를 충분히 끌어다 줍니다. 이와 더불어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에 특화됐고 강점을 지니고 있는 엄정화의 작품 소화력도 화사한 그녀의 원동력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의 상대역 송새벽의 코미디 연기도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배우 특유의 말투는 완규캐릭터와 더해지면서 반박자 느리고 또 엇박자로 뒤를 치는 방식으로 화사한 그녀가 그려낼 코미디의 타율에 힘을 보탭니다.
 
영화 '화사한 그녀' 스틸.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문제는 전적으로 연출에 있습니다. 코미디를 담아야 할 그릇에 범죄와 케이퍼 액션 등 인기와 흥행이 담보된 장르 전체를 우겨 넣었습니다. 지혜의 딸 주영과 지혜를 쫓는 형사의 뜬금 없는 로맨스는 문자 그대로 뜬금이 없을 정도입니다. 지혜를 연기한 엄정화와 그의 경쟁자 사기꾼으로 신 스틸러 존재감을 드러낸 정영주의 이른바 여성 버전 브로맨스도 그저 불필요한 지점으로 다가옵니다. 한 마디로 산만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덧붙이자면 이렇습니다. 코미디에 맞춰진 장르적 소재입니다. 그 지점은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어떤 결정이 받아 들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상업 영화로서 꽤 그럴 듯한 타입의 기획이 정체 불명의 복합 장르로 무너지는 가장 불투명한 케이스가 됐습니다. 엄정화 그리고 장르적 기획이 더해진 흥미로운 소재가 아쉬움만 남게 된 함량 미달의 결과물이 된 점은 두고두고 후회될 결정이 될 것입니다. 그 결정의 선택을 내린 담당자가 화사한 그녀의 성적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듯합니다. 개봉은 오는 1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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