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올해 국내증시 공매도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15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공매도가 증가세를 보이자 제도 개선 목소리도 커졌는데요. 개인 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공매도 전산화를 요구하지만 금융당국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실시간 적발은 어렵지만 지연 적발 시스템이라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공매도 거래 사상최대…전산화 요구 강해
여의도 한국거래소 공매모니터링센터 (사진=뉴시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공매도 거래대금은 148조954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공매도 거래대금은 143조691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는데요. 올해 10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습니다. 연말까지 15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매도 거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확대됐습니다. 개인 투자자 최재혁 씨는 지난 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을 등록했는데요. 동의기간이 개시된 지난 4일 이후 8일 만인 12일 5만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최 씨는 "국내증시에선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인다"며 "시스템상 근원적으로 차입이 불가능하면 매도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돼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무차입 공매도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증권거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청원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이들은 총 560억원 규모로 장기간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했는데요. 특히 BNP파리바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035720) 등 101개 종목에 대해 무차입 공매도를 했고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약 47% 빠진 것으로 알려져 개미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금융당국 "대차거래 정보 파악 어려워"
다만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에 거리를 두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난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전산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은 이유로 대차 거래 정보의 파악이 어려운 점을 꼽았습니다. 주식 배당, 옵션 지급 등 목적이 다르고 전 세계에서 전화, 이메일 등으로 주문하는 상황에서 실시간 파악은 힘들다는 것입니다. 설사 파악을 하더라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전산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구심도 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같이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고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가 외국에선 아무도 안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과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정말 자신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대차 현황 파악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17일 금감원 국감에서 "최소한 거래소 회원사로 들어가 있는 증권사들이 해당 주문을 넣는 외국계, 고객의 대차 현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한 다음에 주문하는 게 적절치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그게 전산화 형태로 구현될지에 대해선 정부 당국 내부에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등 제도 개선은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국회) 청원이 5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감이 끝난 이후 (정무위) 청원소위에서부터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지연 적발 시스템 지금도 구축 가능"
전산화를 도입하면 차입할 수 있는 물량이 없을시 매도가 안 돼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요. 과거 금융위가 약속한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확인 시스템 구축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6일 공매도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2018년 5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했던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약속을 현재까지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피해 보상도 소장에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적발까지는 어려워도 시간차를 둔 전산화 시스템은 지금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 대표는 "지금은 사후 적발이 되고 있지만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면 불법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방지될 수 있다"며 "다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는 것은 힘들지만 거래된 다음 몇분, 한 시간 후에 적발하는 정도의 시스템은 지금도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실시간 적발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의견 역시 존재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차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만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