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습관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장작이 더해졌는데요. 외국인 놀이터라는 비판이 말 뿐만 아니라 사실로 드러난 것이죠. 국내증시를 얼마나 호구로 보면 이런 불법 행위를 지속한 것일까요.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글로벌 IB의 관행적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입니다. 국내에선 실제로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합니다. 직접 빌리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죠.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 두곳은 길면 9개월, 짧으면 5개월 간 각각 400억원, 160억원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넣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외국인들은 그간 존재했지만 장기간, 대규모 불법행위에 금감원도 강력한 과징금을 예고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두 곳뿐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회사와 유사한 영업을 영위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실제 일부 IB는 장 개시 전에 소유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장기간,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글로벌 IB라는 곳들이 국내 시장에서 관행, 습관적으로 한 것이죠. 국내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놀이터'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적발 결과입니다. 금감원은 글로벌 IB들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걸리지 않겠지'란 생각으로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이죠. 국내 증시를 그야말로 호구로 본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증시가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는게 중요하겠죠. 그러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더욱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글로벌 IB에게 요구했다고 하는데요. 벌벌 떨릴만큼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면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수립할 것입니다. 앞으론 국내증시가 호구 잡히지 않길 바랍니다.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딜러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