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 여름 추석 시즌 대작 3파전, 한 마디로 ‘참패’였습니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이 9월 27일 동시 개봉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극장가에 대작 3편이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한 것은 ‘관객 끌어 들이기’ 효과에서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세 편 동시 흥행이거나 한 편 이상이 흥행을 거듭할 경우 다른 경쟁작에 대한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모 아니면 도’ 전략이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성적표는 ‘도’가 됐습니다. 세 편 모두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국내 투자 배급 시장을 지배하는 메이저 회사들에게 반면교사가 된 듯합니다. 올 겨울 대작 배급 윤곽이 어느 정도 완성됐습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서울의 봄’, 그리고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노량: 죽음의 바다’, 마지막으로 CJ ENM의 ‘외계+인 2부’입니다.
가장 먼저 개봉일을 확정한 영화는 ‘서울의 봄’입니다. 다음 달 11월 21일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봉 달 정도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개봉 1~2주 전후로 공개하던 관행을 넘어 일찌감치 날짜를 못박았습니다.
‘서울의 봄’은 국내 상업 영화 사상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담은 내용으로,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남산의 부장’에 이은 국내 근현대사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영화입니다. 배우 황정민이 12.12 반란의 실제 주역인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전두광’, 그리고 당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반란 세력에 맞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떠올리게 하는 ‘이태신’역에 정우성이 출연합니다. ‘서울의 봄’은 같은 달 8일 개봉하는 ‘더 마블스’와도 2주 차이를 두고 개봉을 결정해 관객 끌어 들이기에서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판단을 한 듯 보입니다.
특히 ‘서울의 봄’이 11월 21일로 개봉 날짜를 잡은 배경에는 강력한 경쟁작이 될 ‘노량: 죽음의 바다’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일찌감치 12월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정확한 개봉 날짜를 공개하지 않은 시점에서 먼저 개봉 날짜를 못박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듯합니다. 이럴 경우 ‘노량: 죽음의 바다’ 역시 12월 둘째 주 정도로 날짜를 고려해야 관객 끌어들이기에서 타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1편 ‘명량’이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 타이틀(1761만)을 보유하고 있고, 2편 ‘한산: 용의 출현’도 726만을 끌어 들일 정도로 예비 메가 히트작이기에 ‘서울의 봄’ 입장에선 경쟁 상대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역시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로 나왔다는 입소문이 퍼지는 ‘서울의 봄’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 관객 끌어 들이기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기간으로 개봉 날짜를 잡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서울의 봄’이 먼저 날짜를 확정했기에 서로가 ‘윈윈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더 커진 셈입니다.
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은 ‘외계+인 2부’입니다. 작년 7월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53만을 기록했습니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그의 아내 안수현 대표가 이끄는 케이퍼필름이 제작을 했습니다. 국내 영화에선 드물게 1부와 2부로 나눠 제작이 된 이 작품의 총 제작비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왔습니다. 사실상 1편이 흥행 참패를 거듭한 상황에서 2편의 흥행은 1편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입니다. 최동훈 감독과 배우들은 1편 개봉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부가 훨씬 더 재미있다”는 말로 1부에서 이어지는 2부 서사의 흥미로움을 공개해 왔습니다.
CJ ENM은 당초 ‘외계+인 2부’를 12월 개봉으로 준비해 왔지만 ‘서울의 봄’ 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가 연이어 개봉하는 올 연말 시장을 제외하고 내년 1월로 ‘외계+인 2부’ 개봉을 확정한 상태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노량: 죽음의 바다’와 최소 2주 이상의 날짜 간격을 두고 개봉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달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매년 공개가 됐던 각각의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내년도 신작 라인업 공개. 올해는 단 한 건의 내년도 스크린 신작 라인업 공개도 없었습니다. 일부 영화인들은 내년도 스크린 신작이 ‘전무’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개봉을 확정한 세 편의 대작. 이들 세 편의 흥행 성적이 국내 상업 영화 시장의 존폐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듯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