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정부가 20일 또다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정당성 없는 거부권'으로 규정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만나 직접 위로하고 면담하기로 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재가하면 정부는 이태원 특별법을 다시 국회로 되돌려보내게 됩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권이 의결되자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할 생각을 엄두도 내지 말라"며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고 규탄했습니다.
임 원내대변인은 "한덕수 총리는 검·경의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검·경 수사에 대한 지적이 지난 1년간 끊이질 않았는데 윤석열정부는 귀를 막고 있었나"라고 꼬집었는데요. 그러면서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는 것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을 심화시킬 일이냐"고 되물으며 "정말 뻔뻔한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특조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 총리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정적,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지원책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부의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에 대해 '정당성 없는 거부권'으로 규정, 정부가 유가족 지원방안을 제안한 것은 '거부권 행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함'이라고 연이어 지적했습니다.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원내대표는 "정당성 없는 거부권 행사는 대한민국을 참사에도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진실규명 노력도 없는 나라로 추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그는 "민주당은 법에서 특검을 제외하고 법안 시행을 총선 이후로 했으며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도 단축하는 등 양보의 양보를 거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것(지원방안)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한파의 길 위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호소한 것은 오직 진실과 책임인데 그 피맺힌 호소를 외면하고 돈으로 때우겠다는 천박한 인식에 매우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실제 책임과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배상과 보상은 이뤄질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임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용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의 위로가 먼저"라며 "시청 앞 유가족 분향소 방문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시청 분향소에서 유가족들과 만났습니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2년 유예안과 관련해선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대한 의견을 가져오면 협상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여당만 모르쇠"라며 "사람이 죽어가는 데 그리 돈이 중요한가"라고 일갈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