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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개선 착수…해외는
"적합성 원칙 엄격히 따지고 성과 체계 손 봐야"
입력 : 2024-01-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상품 판매 규제 강화 방안으로 적합성 원칙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영업행위를 막기 위한 판매 직원 보상체계 손질에 나섰는데요. 특히 해외 주요국의 규제 내용을 함께 참고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유럽연합(EU) 등이 시행 중인 규제에 관심이 쏠립니다. 
 
미국, 유경험자에 파생상품 판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ELS 등 고위험상품 판매 규제 강화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이 진행 중인 현장 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도 개선에 본격 착수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급증한 데 기인했다고 분석합니다. 또 신탁·사모펀드 형태로 은행 채널을 통해 손쉽게 판매될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은 원금보장을 기대하는 등 증권사와 다르게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는 데다 투자(금융상품) 이해도가 낮다는 점인데요. 때문에 이번 홍콩H지수 ELS사태에서도 은행 판매채널에서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복잡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컴플렉스 프로덕트(Complex Product)로 정의하고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법적 규제와 자율규제를 통해 구조화상품에 관해 규율하고 있습니다. 투자권유 규제를 위반하면 'SEC Rule 10b-5'에 근거해 과징금 등의 행정 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됩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명시적으로 자신의 고객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증권을 권유할 때, 고객으로부터 제공받은 특수상황, 재산상태, 매수욕구를 고려해 권유행위가 고객에게 적합하다고 믿을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판매하는 증권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브로커·딜러가 권유대상 증권에 대해 낙관적인 설명만을 늘어놓고 금융사가 알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는 악재를 알리지 않는 경우 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위험성이 큰 파생상품의 경우 적합성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는데요. 고객이 옵션거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고객능력 확인의무), 또는 리스크가 현재화해 손실이 발생하는 때에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고객재산 확인의무), 브로커가 옵션거래를 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 소비자 만족도 보상체계 반영
 
한국의 경우 2019년 파생결합퍼드(DLF) 사태 후 고난도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숙려기간, 녹취의무 등 강화된 의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홍콩 ELS는 공모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다 투자성향 체크도 요식으로 진행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은행에서 옵션 매도가 포함되는 등 위험 상품의 경우 유사 옵션을 거래한 사람들, 즉 고위험 파생상품 거래 경험이 충분히 있는 사람에게만 팔도록 한다"며 "2000년대 초반 한국과 유사하게 불완전 판매 사태가 불거진 후 은행 고객들은 대부분 안정형 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해 규정이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도 2000년대 중반 지급보증보험 과련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진 바가 있습니다. 영국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를 막지 못한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보상체계를 지목했습니다. 영국은 소비자 만족도 등 판매의 질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 균형 있는 성과지표를 개발하도록 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영국 가이드라인은 성과평가지표 구성에서 판매량 외에도 소비자 만족도, 철회 및 민원 건수 등 판매의 질을 반영시키도록 했습니다. 또 일정 판매목표를 초과하면 오히려 보상이 감소하도록 설계된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에도 금융상품 판매직원의 보상체계가 소비자만족을 위한 판매서비스의 질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판매 서비스의 질을 감안할 수 있는 평가능력이나 지배구조 등도 미비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직원 보상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1년 개정된 국내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과거 DLF 사태처럼 심각한 불완전판매의 경우 금융사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는데요. 적합성과 적정성 등 원칙을 위반했을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입증 책임은 금융사가 지도록 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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