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과 시민단체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는데요. 당국이 고난도상품 판매를 허용하고 판매행위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소홀히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홍콩ELS 판매·감독 부실 '문책'
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및 홍콩ELS 가입자들이 15일 감사원 앞에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회견에는 홍콩ELS가입자 30여명도 참석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홍콩ELS에 대한 제도설계, 검사, 관리감독 직무태만, 유기에 관한 감사청구인데요. 시민단체들은 공익감사 청구서에 △상시 감시 및 감시업무 태만 △판매 관련 조사 미실시 및 제제 미흡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미흡 △은행권의 고난도 금융상품 신탁 판매 허용의 부적정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들은 금융위가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사태 후 은행 ELS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가 은행장 간담회 후 건의사항을 수용해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고난도금융상품’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등입니다.
또 금감원에 대해서는 상시감시 및 감독업무 태만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 적합성, 적정성 원칙 위반 등 조사를 미흡하게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소비자보호 관련 내부통제 지도 및 KPI 적정성 등을 점검했는지 여부 등도 담겼습니다.
공익감사청구서를 작성한 김희성 민변 변호사는 "2023년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상임감사위원 5명 모두 금감원 출신"이라며 "실제 홍콩ELS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원인이 이러한 이해충돌에 기인하는지 등에 관한 감사청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DLF사태 겪고도 같은 문제 반복
이날 홍콩ELS 가입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감사원을 찾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길성주 홍콩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심각하게 침해당했던 권리를 되찾고 초래된 손실을 배상받고자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했지만 어느 기관이나 누구로부터도 상식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공공기관의 잘못을 바로잡도록 지도감독할 수 있는 감사원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당시 금융위는 “고위험 금융상품 규율체계를 강화해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단체는 "금융당국은 홍콩ELS의 대규모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신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당국의 감독 태만이 고위험 상품의 무분별한 난립을 낳고 또다시 대규모 소비자의 피해를 낳은 셈"이라며 "또다시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금융당국의 업무 태만과 업무 방기에 대해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2019년도에도 공익감사를 청구해 감독원 제재, 금융위 징계 조치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손실배상안과 관련해서도 그는 "금감원이 당장 분쟁 조정을 해서 대표 사례를 만들고 그 사례에 따라서 손해배상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청구 수용돼도 상당 시간 걸릴 듯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감사원은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하면 서면조사 또는 실지조사, 자문 등을 거쳐 감사 실시 여부를 판단합니다. 감사원이 감사청구를 받아들이면 결과에 따라 다양한 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DLF 사태 당시 감사원은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받고 3개월 뒤 감사에 착수했고 1년5개월여 만에 결론을 내렸는데요.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이 사모펀드 감독 활동에 업무 태만이 있었다며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할 시 적정 조치를 취하도록 금감원장에 주의를 요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징계 3건(5명), 주의 18건(17명), 통보 24건 등 감사 결과 총 45건이 최종 확정된 바 있습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익감사청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홍콩ELS 상품 판매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필요한 영역이 있는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검사 결과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제도 개선 방안 마련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