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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실조차 '두 목소리'…김건희·김한길 배경설
비서실장조차 모르게 '인사' 논의…진원지로 김건희 라인 지목
입력 : 2024-04-18 오후 5:48:09
 
왼쪽부터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그림이 대통령실 부인에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모르게 이 같은 인사가 실제 논의됐으며, 이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관여됐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실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대통령실이 서둘러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음에도, 계속해서 '관계자' 발로 다른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합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내 이른바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는 4인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관저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며 총선 참패에 따른 후속 인사를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이관섭 비서실장조차 몰랐다"…진원지로 '김건희 라인' 지목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논의를 각각 <TV조선>과 <YTN>에 흘린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인 출신의 K 비서관과 L 비서관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두 사람 외에 2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들을 '김건희 라인'으로 칭했습니다. 그러면서 "거꾸로 뒤집으면 박영선·양정철 구상에 김 여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윤 대통령과 논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인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은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대통령실 정무·홍보 라인 관계자들은 전날 오전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일제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후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보도가 사실'이라고 재반박하면서 논란을 키웠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 겁니다. 대통령실 내 '군기반장'으로 불렸던 이관섭 비서실장은 크게 체면을 구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지금 이 얘기들(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이 인사 라인이 아닌 홍보기획 라인에서 나온다는 설이 돈다"며 "홍보기획 라인은 아무래도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구성될 당시부터 세게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시중에는 '대통령 부인이 인사나 정무에 개입을 한다', 그게 낭설일 수도 과장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소문이 막 떠돈다"고 했습니다. 문재인정부 국정원장을 지냈던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영선·양정철 인사 파동의 진원지를 대통령께서는 밝히고 사과하셔야 한다"며 "윤석열정부 제2의 최순실은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 지금 당장 비선 실세를 밝혀 제2의 국정농단을 막아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한길·양정철도 '주목'…박영선, 곧 귀국 "협치 긴요"
 
이번 그림을 그렸던 배경으로 김 여사와 함께 윤 대통령의 멘토 중 한 명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여야 모두 인정하는 전략가입니다. 특히 정계 개편에 능통해 '창당 전문가'로도 불립니다. 윤 대통령은 물론 김 여사와도 두터운 사이이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도 아주 가깝습니다.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원내대표였던 박 전 장관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박 전 장관 역시 세간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윤 대통령 내외와 허물없는 사이로 전해집니다. 게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는 척을 져 온 터라 현재 당내 입지가 매우 왜소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주목해야 할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3철'(이호철·전해철·양정철) 중 한 명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입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를 도와 밑그림을 그리는 등 힘과 전략을 과시했습니다. 그 역시 박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내외와 매우 긴밀한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천거한 것은 물론 '추(미애)-윤(석열) 갈등'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를 전달한 인물로 전해집니다. 
 
그가 향후 정국을 돌파할 카드로 이 같은 인선을 그린 배경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거론됩니다. 김 전 지사는 현재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로, 차기 대선 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복권이 절실합니다. 이는 결국 이재명 대표에 맞설 친문 구심점의 복원까지 연결되는 구상입니다.
 
'양정철 비서실장 카드'가 무산돼도 '박영선 총리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김한길 위원장이 비서실장에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며 총리설이 불거진 뒤 첫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에서의 귀국 시점도 계획했던 6월 말에서 이달로 앞당겼습니다. 현재 일본 오사카에 머물고 있으며, 주말을 전후해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박영선 총리 카드에 선뜻 동의해 줄 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인준이 필수로, 민주당의 찬성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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