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던 석유화학업계가 올 하반기 실적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지에 관심에 집중되고 있다.
조범식 석유화학협회장이 지난달 신년회에서 "올해 석유화학 업계 업황은 뚜렷한 '상저하고'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황 회복 시점은 하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하반기 회복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석유화학 제품들의 주원료인 에틸렌, 부타디엔, 파라자일렌(PX) 등의 가격이 지난해 12월 이후 회복하고 있어 제품가격 상승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원가 상승은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제품 가격이 지난해 3분기 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예년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승규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올 상반기부터는 저가의 원재료가 투입되고 있어 지금과 같은 가격 회복속도를 보인다면 빠르면 2분기에 실적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늦어도 3분기에는 제품과 원료 간 스프레드가 예년으로 돌아와 턴어라운드 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범용제품의 원재료인 에틸렌, 부타디엔, 파라자일렌(PX) 등의 가격 상승폭이 제품가격 상승폭보다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 실적은 에틸렌·부타디엔 등 원료와 제품 간 마진폭 축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대표 석유화학 업체 중
LG화학(051910)은 매출이 전년 대비 2.6% 늘어난 23조2630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2.2%, 30.6% 줄어든 1조9103억원, 1조5063억원을 기록했다.
에틸렌과 부타디엔 파라자일렌(PX) 등은 지난해 말 저점을 찍고 10% 이상 상승했지만 완제품인 PE, PP, 합성고무 등은 소폭 상승하거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PE, 폴리염화비닐수지(PVC) 등 범용제품의 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지난해 11월30일 톤(t)당 1115달러로 저점을 찍으며 꾸준히 상승해 2월8일 1370달러까지 올랐다.
합성고무의 주원료인 부타디엔 역시 지난해 12월7일 t당 1455달러로 바닥을 찍고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번 달 8일에는 1950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PE와 PP는 각각 1225달러에서 1370달러, 1425달러에서 1550달러로 t당 각각 100달러 정도 상승에 그쳤다. 중동과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합성고무 가격은 같은 기간 오히려 3500달러에서 2562달러로 하락했다.
최근 석유화학 제품 대량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 등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중동과 미국의 저가 범용제품들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석유화학 완제품 가격 회복이 더뎌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료 가격 상승은 PE, PVC,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을 이끈다. 상승폭도 가공 비용이 더해져 큰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업계는 오는 3월을 기점으로 범용제품등의 가격 상승폭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의 정기보수 등 시설 정비에 들어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 상반기 중 회복은 힘들 것 같다"며 "범용제품가격 상승 속도 등 업황 회복 속도로 보아 하반기가 시작되는 3분기 쯤 실적반등 계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