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의 국제경쟁 심사위원들이 26일 작품심사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국제경쟁은 새로운 영화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 세계 신인감독의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JIFF의 대표적 경쟁부문 중 하나다. 특히 이번 JIFF의 경우 화려한 심사위원 진용을 갖춰 개막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JIFF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영화감독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코넬대학교 공연•미디어예술학부 교수이자 영화비평가인 돈 프레드릭슨, 영화감독 류승완, 배우 정우성 등 심사위원 전원이 참석해 영화제에 참가하는 소감을 밝히는 한편, 각자의 심사기준을 공개했다. 당초 심사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인도 출신 촬영감독 산토시 시반의 경우, 최종 라인업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2006년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참여한다. 고유의 미의식을 바탕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세계 영화계의 흐름도 잘 알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인 그는 “JIFF가 다른 영화제와 달리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많이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서 영화제의 정신을 살려서 작가정신이 투철한 영화를 중점으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최근 영화계의 흐름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요즘 영화에서 사실주의가 반복해서 카피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영화제의 작품들은 차별화되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주의를 반복하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라 역시 예술의 일종이며 중요한 것은 영화 그 자체의 언어가 있느냐다”라며 “오페라를 볼 때 연극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것처럼 영화에도 그 자체의 언어가 있기 때문에 보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최초로 방문한 돈 프레드릭슨은 지난 40년 동안 영화사와 비평 강의로 명성을 떨쳐온 인물이다. 부인이 한국사람이고 한국 영화 중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좋아한다는 프레드릭슨은 작품의 평가기준에 대해 “1930년대 로빈 조지 콜링우드라는 철학자가 <예술의 원리>라는 책에서 ‘예술의 기능은 공동체의 정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며 ‘예술은 인식의 부패를 치료하기 위해 사람이 먹는 약’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이번 영화제에서는 거짓 등 의식의 부패를 감독들이 어떻게 잘 표현하고 또 잘 깨뜨리는가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제1회 JIFF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류승완 감독은 남다른 소회와 함께 영화제의 화두도 중요하지만 영화 자체를 볼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류 감독은 “영화만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 오늘 오전 회의 중 심사위원 모두 감독들의 질의응답 회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전하면서 “디지털 매체 활용, 독립제작 방식이라는 JIFF의 전통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형식적으로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판단하고, 또 만드는 사람들이 개인을 어떻게 다루고 현재 및 관객과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JIFF에 방문했다는 정우성은 배우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려 관객의 편에서 작품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새로움을 위한 새로운 영화보다는 감독의 진실된 표현방식, 서투르더라도 진실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표현이나 느낌이 있는 영화이면 좋겠다”며 “보고 나서 ‘어?’라는 물음표를 던질 수 있고, 그 물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영화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개막작 <폭스파이어>로 문을 연 제14회 JIFF는 개막 둘째 날인 26일부터 본격적으로 각 부문별 경쟁, JIFF 프로젝트, 시네마스케이프, 영화보다 낯선, 시네마페스트, 포커스 온 등 다양한 섹션에서 작품상영을 시작한다. 축제는 오는 5월 3일까지 전주영화제작소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메가박스 전주, CGV 전주, 전주시네마타운,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등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