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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마에스트라 장한나를 기다리며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코리아 월드 스타 시리즈' 장한나 연주회
입력 : 2013-04-30 오전 11:06:5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장한나가 연미복을 입고 첼로 대신 지휘봉을 손에 쥔 채 예술의전당 무대에 처음으로 올랐다. 29일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코리아 월드 스타 시리즈' 장한나 편 무대에서는 신예 지휘자로서의 열정과 패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장한나는 최근 몇 년 새 연이은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영향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데 이어 자신의 이름 앞에 첼리스트 외에 지휘자란 명칭을 추가한 지도 어느새 7년째다.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모토로 시작한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의 예술감독 활동도 벌써 5년 째로 접어들었다. 올해 9월에는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노르웨이 트론드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취임한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지휘자' 장한나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날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르면서 다시 한번 지휘자로서의 타이틀을 굳혔다. 이날 장한나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국악과 양악을 아우르는 음악세계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프로그램에는 라벨의 라 발스, 황병기의 가야금 협주곡 ‘새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8번 c단조 작품번호 65 등이 포함됐다.
 
빈 왈츠의 탄생에서부터 절정기까지를 묘사하는 첫 곡 '라 발스'는 지휘자 장한나의 현재 상황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곡 선택이었다. 곡의 내용처럼 장한나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한편, 밝은 미래를 예견케 하는 가능성도 동시에 보여줬다.
 
'라 발스'에서 지휘자의 경우 곡에 대한 충분한 해석을 거친 듯했지만 오케스트라와의 호흡 맞추기는 다소 부족했다. 음악적 완성도를 향한 지휘자의 의욕은 돋보였으나 오케스트라를 내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바이올린 파트의 경우, 지휘자 장한나와 무대에서 교류하기보다는 악보 보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1부 끝 곡인 황병기의 가야금 협주곡 '새봄'에서 차차 안정을 찾았다. 가야금 연주가 황병기와 장구 연주가 김정수가 함께 한 이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줄었고, 장한나도 한결 부담을 던 모습이었다. 짧은 5장으로 봄의 마을 풍경을 그린 이 곡에서 장한나의 지휘도 꽉 짜인 구조에서 오는 미 대신 여백의 미를 살리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2부에서 선보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8번 c단조 작품번호 65의 경우 연주시간이 1시간에 이르는 대곡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쇼스타코비치의 전쟁교향곡 중 하나로 불리는 이 곡은 전쟁에 대한 우울과 격정이 어우러지는 섬세한 곡이다. 엄청난 볼륨과 극도의 섬세한 연주가 교차되는 이 곡에서 격정에 치닫는 대목의 경우 다소 다이내믹을 과장한 느낌이 있었지만 느린 악장의 경우 지휘자 특유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돋보였다. 섬세한 손 끝 동작과 격렬한 몸 동작이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연주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종합하자면 이번 연주회에서는 지금보다 나중이 더 기대되는 지휘자의 초년 모습을 보는 듯한 감동이 있었다. 이날 장한나는 그 어떤 지휘자에 못지 않은 열정과 패기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장악력과 장한나만의 카리스마를 보강한다면 제2의 정명훈 탄생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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