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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관객과 '불편한 고백' 나누는 연극"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로 내한
입력 : 2013-04-30 오후 5:38:3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루마니아 출신 재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의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가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는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동명영화를 창작하는 과정을 연극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동성 에로티시즘과 자해, 환각, 암 환자의 죽음 등 자극적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만 18세 미만은 관람이 제한되며, 폐쇄된 형태의 세트에서 진행되는 공연의 특성상 관객 숫자는 회당 110명을 넘지 않는다.
 
공연에 앞서 30일 국립극장 '해와 달'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루마니아의 클루지 헝가리어 극단 예술감독 가보 톰파,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과 출연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제공=국립극장)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은 동명 영화에 대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이 영화에서 '영혼의 움직임'을 포착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클로즈업이 불가능한 연극에서는 이 같은 섬세한 감정을 포착해내기가 쉽지 않다. 안드레이 서반이 낸 해결책은 <매직 랜턴>이라는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자서전 내용을 추가해 각색하는 것이었다.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는 영화 자체뿐만 아니라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는 베르히만 감독의 모습까지 담는다.
 
이로써 이 연극은 '이야기'와 '나' 사이를 넘어 '주변 관객들의 에너지'까지 지속적인 관계 맺기의 대상으로 삼는다. 안드레이 서반 연출가는 "관객 역시 촬영현장에서 함께 구경하면서 리허설 과정의 일부분이 된다"면서 이것을 두고 "미묘한, 내부적인 참여"라고 일컬었다.
 
연극은 자매 중 한 명이 암으로 죽어가는 모습, 이 자매를 돌보는 두 자매와 하녀의 모습을 다룬다. 단순한 스토리구조임에도 표현되는 관계는 복잡하다. 연출가는 "사람들의 소통하고픈 욕망, 외로움을 해소하고 싶은 욕망, 내면의 고통을 해소하고 싶은 욕망, 선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고 싶은 욕망 등을 표현하고 그 욕망을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이 같은 욕망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혹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 한 가보 톰파 예술감독은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는 관객과의 친밀감을 특징으로 하는 클루지 헝가리어 극단의 세 작품 중 하나"라며 "관객의 참여 외에 관객의 고백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자서전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유머가 가미되긴 했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신성하면서도 불편한 고백"이다. 톰파 예술감독은 연출가가 마치 거울을 가까이에 설치하는 것처럼, 관객의 반응을 강요하는 식으로 공연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출연배우 중에는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얼굴도 있다. 베르히만 역을 맡은 졸트 보그단은 지난 2011년 가보 톰파 연출의 연극 <리차드 3세>로 한국에서 연기를 선 보인 바 있다. 졸트 보그단은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 작품으로 루마니아 최고 권위의 유니터 어워즈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보그단은 "두 번째로 한국에 와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국립레퍼토리시즌 해외초청작'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 외에도 안드레이 서반은 국립창극단 세계거장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흥부가>의 연출로 내정돼 있다. 이 작품은 오는 2014년 1월에 선보이게 된다. 
 
서반은 "한국의 전통적 창극을 새로운 형식으로 바꾸라는 요청은 도전이자 영광"이라며 "2011년에 판소리 공연이 담긴 비디오를 봤는데 굉장히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공연을 만들고자 현재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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