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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자는 꿈을 꾸는 사람"
손상원 이다 엔터테인먼트 대표
입력 : 2013-05-20 오후 4:19:2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공연기획자는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공연기획 일은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죠."
 
지난 16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한 강의실에서는 예술경영 공개 특강이 열렸다. 강연자는 공연기획과 제작 분야에서 40대 젊은 기수로 꼽히는 손상원(43, 사진) 이다 엔터테인먼트 대표였다. 이날 강의실은 실감나는 현장 경험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빼곡히 찼다. 학생 외에 현직에 몸 담고 있는 기획자, 고등학생도 눈에 띄었다. 
 
(사진=김나볏기자)
강의가 끝나고 잠시 짬을 내어 손 대표를 만났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손 대표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연습 스케줄에 문제가 생겼어요.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한참 동안 카카오톡과 전화통화를 총동원해 교통정리를 마친 손 대표에게 현재 몇 작품을 진행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뮤지컬 <그날들>, <해를 품은 달>, <트라이앵글>, 연극 <모범생들>, <환상동화> 등 총 다섯 작품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보통 네댓 개 정도를 동시에 진행하곤 합니다." 덤덤한 말투가 베테랑 공연기획자의 삶을 한결 실감나게 했다.
 
손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995년 출범한 공연기획제작사로, 연 평균 10~15편의 공연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출범 당시에는 배우 명계남이 문화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 이다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다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인 이상우 연출가다. 손 대표가 공연계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차이무 시작할 때부터 이상우 선생님과 함께 했어요. 아마 선생님과 연극을 가장 많이 했을 겁니다."
 
공연기획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부침도 많이 겪었다. 공연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있지만 기획 일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결국 몸으로 깨쳤다. IMF가 고비였다. 당시 고(故) 엄인희 작가와 함께 중소기업 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만들다가 '쫄딱' 망했다.
 
2003년, 이다가 진행하던 일정을 다 제쳐두고 연극열전에 뛰어들었을 때도 생고생을 했다. "기획자로서 평생 연극열전 첫 번째 프로젝트 같은 건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뛰어들었죠. 그런데 3개월 후 후회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웃음).돌이켜보면 매일매일 계약하다 끝났어요(웃음)." 많은 작품을 동시에 제작하면서 비용 절감도 염두에 둬야 하는 극한의 상황은 두고두고 손 대표에게 쓴 약이 됐다.
 
손 대표가 이다엔터테인먼트에 몸 담은 지도 어느덧 19년이 흘렀다. 연극에서 출발해 뮤지컬로 경력을 확장해온 손 대표에게 공연의 흥행 여부와 작품 자체의 의의는 마음 속 딜레마다. "흥행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작품도 있긴 있습니다. 여러 의미 때문에 하는 작품이죠. 고(故) 박광정 형을 추모하는 연극이나 작은신화 25주년 기념 연극 같은 경우가 그렇죠. 부탁하니까 공연을 만들어요. 그런데 이제는 직원들이 심각하게 말해요. 더 이상 그런 거 하지 말라고(웃음)."
 
최근 들어 부쩍 욕심을 내고 있는 분야는 창작뮤지컬이다. 바쁜 탓도 있지만 손 대표는 요새 공연을 잘 안 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좋은 창작뮤지컬이 아직까지는 드물고, 라이선스 뮤지컬은 질투가 나서 안 봐요(웃음)." 최근 뮤지컬 <그날들>로 관객의 호응을 꽤나 받았지만 여전히 성에 안 차는 눈치다. 
 
여건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작품에 대해 물었더니 봇물 터지듯 답변이 나온다. 앞으로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성균관 스캔들>, <마당을 나온 암탉>, <한반도 공룡 점박이> 등이다. 특히 <한반도 공룡 점박이>는 기회가 닿는다면 3D 영화 기술을 활용해 대형체육관에서 공연할 심산이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굉장히 웅장한 공연 만들고 싶은데, 다 돈이에요. 사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도 표현하고 싶은 것은 굉장히 큰데 예산을 짜보니 도저히 안 나와요(웃음)."
 
이다엔터테인먼트의 한해 매출은 평균 30억 규모다. 올해의 경우 대극장 작품이 있어서 매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늘 적자다. "네댓 작품 흥행해도 한 작품 적자 나면 다 제자리입니다. 예전 대학로 공연장이 20여 개 수준이던 시절, 극단 방식으로 제작해 입장료 1만2000~1만5000원 정도 받고 초대박을 터뜨린 적은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초대박은 없습니다. 그건 꿈일 뿐이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데이터 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손 대표에 따르면 배우와 대본 외에 스태프 같은 주변적인 환경까지 모든 것이 맞춰질 때 비로소 성공 가능성이 비친다. 어느 하나 때문에 성공하는 경우도 없고, 어느 하나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없다. 인력만으로 흥행을 보장할 수 없고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운만 바랄 수도 없는 거니까 결국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웃음)." 진인사대천명을 위해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이날도 손 대표는 대학로로 발걸음을 돌렸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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