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지휘자 장한나'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돌연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장한나는 그동안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리버풀 필하모닉, 나폴리 심포니, 시애틀 심포니, 이스탄불 필하모닉,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며 지휘봉을 잡은 것이 잠깐의 외도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현재 장씨는 성남아트센터의 연주 프로젝트 '앱솔루트 클래식' 음악감독, 노르웨이 트론드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지난 연말에는 오는 9월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장한나는 올 여름 어김없이 앱솔루트 클래식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앱솔루트 클래식은 매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젊은 음악가들이 장한나와 함께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클래식 연주 프로젝트다.
5회째를 맞는 올해 앱솔루트 클래식은 오는 17일, 24일, 3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된다. 6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장씨는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이 연주회의 모토만큼이나 뜨겁고 진지한 음악적 열정을 쏟아냈다.
(사진제공=성남문화재단)
"벌써 5회째라고 하니 새삼 더욱 설렙니다. 꾸준히 장기적으로, 매해 새 오케스트라 단원을 발탁해서 한달 동안 매일 8~9시간씩 훈련하고 3회의 색다른 공연 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의문의 눈길도 있었죠."
매년 여름마다 앱솔루트 클래식이 신선한 감동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는 장한나는 "무엇보다도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믿는다"고 새삼 강조했다.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그 아름다운 열정을 저와 오케스트라, 관객이 그 동안 함께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클래식 음악과 내 삶이 무슨 상관 있나'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감동이 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믿어요. 귀머거리였던 베토벤이 들었던 천상의 소리, 엄청난 승리의 에너지를 느낀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 확신합니다."
5회를 맞은 올해 연주회의 경우 특별히 초심으로 돌아가 연주자, 관객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는 계획이다. "오케스트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존재죠. 올해 연주에서는 앱솔루트 클래식의 근본적인 뿌리인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면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도록 섬세하고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오케스트라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협연자도 섭외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장한나는 현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낸 작곡가들의 곡을 통해 성숙한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볼 예정이다.
먼저 17일에는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통해 인상주의 음악이 발견한 새로운 화음과 악기 조합을 살펴본다. 이어 24일에는 근대적 개념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낸 말러, 슈트라우스의 곡을, 31일에는 대규모 편성 오케스트라의 부모 격이라 할 수 있는 낭만주의 음악가 드보르작과 슈만의 곡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탐구를 목표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지만 지나치게 학구적인 분위기로 흐르지는 않을 듯하다. 장한나는 "'목신의 오후', '불새', '거인 교향곡' 등 제목은 한 번씩 들어본 친숙한 교향곡들을 연주합니다. 관객들이 근대의 대곡들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장한나는 오는 9월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취임과 관련해 기쁜 마음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오케스트라인데 만들어질 당시 카타르 왕실에서 카타르 최고의 오케스트라 만들라고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세계 10대 도시에서 오디션을 봐 106명의 단원들을 뽑았다고 해요. 실력을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아 단원을 선발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자 장한나'가 성장가도를 달리는 동안 아무래도 '첼리스트 장한나'의 모습은 예전만큼 자주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골수 팬들은 아쉬움이 크겠지만 정작 본인은 지휘자로서의 새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듯하다. "첼로 연주는 굉장히 선별적으로 할 것"이라는 장씨는 현미경과 망원경을 예로 들며 지휘자와 첼리스트의 삶을 비교했다.
"이제까지 첼로곡 거의 전부를 연주했어요. 비유하자면 첼로를 연주할 때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했다면 지휘자인 지금은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휘자라는 삶은 마치 우주로 나가 날마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레퍼토리, 오케스트라, 음표 등 하나하나까지 다 따지면 그 수가 아마 은하계의 별보다 많을 것 같아요(웃음). 새로운 게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