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얼핏 정면 돌파인 듯 보이지만 '의리축구'의 맨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악수였다. 무엇보다 비판의 원인을 감지하지 못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왼쪽)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은 브라질월드컵 당시 모습. ⓒNews1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독 사퇴가 능사가 아니다. 홍명보 감독에게 이번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아시안컵에서 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사퇴 의사를 전했으나 협회가 만류했다는 뜻이다.
허 부회장은 또 "홍명보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의 깊이와 우리에게 선사한 기쁨과 희망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홍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정무 부회장의 답변은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여론은 홍명보 감독이 16강에 탈락한 것만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월드컵 준비 과정부터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고 그때마다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해놓고선 정작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한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유임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그동안의 문제점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했어야 한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 때문이며 앞으로는 그 부분을 이렇고 저런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서 이러한 반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로 탈락한 축구대표팀. (사진=로이터통신)
허정무 부회장은 "1년이라는 기간을 홍 감독에게 부여했던 협회 책임이 더 크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지는 모든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협회는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가. 책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관련돼 그 결과에 지는 의무'다.
16강 진출에 실패한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는 그 책임을 지고 축구협회장과 감독이 즉각 물러났다. 하지만 우리 축구협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 그동안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애꿎은 선수들만 비난받고 있다.
기자회견 한번으로 책임을 끝내겠다는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이런저런 특혜를 주며 애지중지 키워놓은 홍명보 감독을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고 털어놓는 게 차라리 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