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푸조 308 1.6모델(사진=푸조)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사회 초년병에게 수입차는 '열심이 일해서 성공하면 이 차를 사야지' 정도의 막연한 목표를 던져준다. 괜스레 수입차를 타줘야 폼이 날 것만 같은 초년병의 귀여운 치기다. 그런데 최근 수입차를 대하는 세간의 인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낮아진 관세로 인해 가격이 한층 낮아졌고, 기회를 맞은 수입차 업계는 너도나도 2030세대를 겨냥한 엔트리카를 쏟아내는 중이다.
과거 다소 사치스럽게 여겨졌던 수입차가 비교우위의 기술력과 상대적 희소성을 기반으로 국내차 시장에서 대중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차량 5대 중 1대가 수입차라는 역대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프랑스의 푸조는 가격 측면에서 유난히 친근하다. 준중형 기준 3000만원 안팎의 가격은 엔트리급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수입차가 '그림의 떡'에서 실제 구매의 고려 대상으로 탈바꿈하게 하는 요소다.
특히 해치백 모델인 308은 푸조가 해당 차급 절대 강자인 폭스바겐 골프의 경쟁 모델로 내세울 만큼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 이런 308이 지난 5월, 디자인부터 변속기까지 완전히 새롭게 바꾼 '뉴 푸조 308 1.6'로 돌아왔다. 4일에 걸친 시승기간 동안 지난해 먼저 출시된 2.0모델이 소형 SUV 2008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을 한풀이라도 하듯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냈다.
한 눈에 봐도 디자인부터 크게 달라졌다. 같은 해치백 모델이라는 점과 푸조 고유의 엠블럼을 제외하면 같은 차종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뉴 308 1.6은 선을 사용함에 있어 보다 날렵하고 단정해졌다.
◇◇뉴 푸조 308의 디자인적 변화는 한눈에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은 뉴 푸조 308 1.6(왼쪽)과 구형 308 모델(오른쪽)(사진=푸조)
이전 모델이 곡선을 살려 부드럽고 개구진 느낌을 줬다면 전장과 전폭이 20mm, 30mm씩 줄었음에도 단단하고 야무진 느낌이다. 여기에 늘어난 트렁크 공간과 140kg 가량 줄어든 공차 중량은 실용성과 주행성능 모두 개선시켰다. 푸조 역시 "기존 308과 뉴 308은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고 설명할 정도다.
내부 역시 아담하지만 갖출 건 갖춘 느낌이다. 푸조가 혁신 인테리어라며 채택한 '아이-콕핏' 시스템은 운전자가 온전히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선 분산 요인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뉴 푸조 308 내부 전경(사진=정기종 기자)
센터페시아 부분의 공조장치 버튼이 심플하다 못해 휑하다 싶을 정도로 단조롭긴 하지만 9.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부터 공조장치, 멀티미디어 등 각종 기능의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깔끔한 느낌을 준다. 특히 터치스크린의 경우 운전석 쪽으로 각도가 기울어져 있어 한결 보기 편리하다.
◇대부분의 차량 기능 조작이 가능한 내부 터치스크은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시인성이 높다.(사진=정기종 기자)
또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나 후방 센서, 후방 카메라, 스마트키 등이 지원되는 점도 부족하지 않은 편의사양을 갖춘 점도 다소 밋밋한 센터페시아를 미적 기준으로 용납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1.6 해치백 모델은 분명 넉넉한 뒷 좌석을 제공하는 차량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타켓이 젊은층임을 감안했을 때 뒷 좌석에 친구 두 명쯤은 무리없이 태울 수 있는 공간은 갖춰줬다.
◇신장 176cm의 성인 남성이무리없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뒷자석(사진=정기종 기자)
디자인 측면에서도 대변혁에 성공한 뉴 308이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받은 것은 변속기의 변화다.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소수 매니아 층을 제외하고는 특유의 울컥거림 탓에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되던 MCP를 버리고 아이신의 6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MCP의 울컥거림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간직했던 관계로 중저속부터 고속구간까지 시내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꼼꼼하게 점검해봤다. 개인적으로 이번 변속기 변화는 성공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싶다. 그간의 안 좋은 기억을 날려버릴 수 있을만한 부드러운 변속과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주행성능도 무난한 수준이다. 유로6 기준 충족을 위해 역시 새롭게 장착된 BlueHDi 엔진은 최대 출력 120마력, 최대 토크 30.6kg·m를 구현한다.
물론 높은 연비를 최대 장점을로 꼽는 도심형 해치백 특성상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주행성능을 갖췄을 리는 없다. 하지만 스포티한 해치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가볍게 치고 나가 도로 위를 달리고 크게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코너링을 한다. 전고가 높지 않아 쏠림 현상도 불편한 수준이 아니다.
특히 기어봉 하단부에 위치한 스포츠 모드를 눌렀을 때 계기판 램프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출력과 토크, 부스트 수치 등이 표시된다. 다이내믹함을 배가시키는 인공 배기음과 더해져 마치 레이싱 만화에 등장할 법한 주행모드로 변하는 부분은 탁 트인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의 잔재미를 더할 수 있는 기능이다.
◇스포츠 모드 주행시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출력과 토크, 부스트게이지 등이 표시되는 부분은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사진=푸조)
대표적 고연비 차종답게 연비 또한 준수하다. 16.2km/ℓ(도심 15.2km/ℓ, 고속 17.7km/ℓ)의 제원상 연비는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유로6 모델의 16.1km/ℓ 보다 미세하게 앞선다. 약 250km의 시승 구간을 에어컨을 틀고 시내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측정한 실연비 역시 리터당 16km대로 제원상 연비와 오차범위 내에서 맞아 떨어졌다.
상반기 국내서 120%라는 고성장을 보인 푸조의 원동력은 308이 아닌 소형 SUV 2008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638대를 팔아치우며 전체 판매를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차종인데 반해 308이 푸조 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수한 연비에 효율적 공간구조를 앞세워 지난해 제네바모터쇼를 시작으로 스위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에서 잇따라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될 만큼 검증은 마친 상태다. 이미 경쟁력은 충분하다. 국내 수입 해치백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를 고수 중인 골프와의 향후 경쟁에 기대를 걸어 본다.
◇국내 수입 해치백 시장에서 향후 폭스바겐 골프와의 경쟁이 기대된다.(사진=푸조)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