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300명 가까운 사망자와 1500명의 부상자를 남긴 터키의 군사 쿠데타가 6시간만에 실패로 끝난 가운데 터키의 미래가 한층 더 어두워졌다.
'혹독한 대가'를 예고한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약 3000명을 체포하는 등 피의 숙청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수의 외신과 전문가들은 터키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권력 공고해질 듯
16일(현지시간) CBC뉴스는 이번 쿠데타로 인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피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터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등 2839명을 체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전직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리크 등이 포함됐고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도 붙잡혔다. 또한 정부는 이번 쿠데타 시도와 관련이 있는 터키의 판사 2745명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군부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이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을 듣자 미국에 그를 터키로 인도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귈렌은 자신은 연관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곤란해하고 있다.
아울러 터키는 그리스로 망명 신청을 한 군인 8명에 대해서도 송환을 요구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사형제도 부활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앞서 터키로 복귀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역자들에 협상은 없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CBC는 이번 쿠데타 실패로 적어도 50%가 넘는 국민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많은 국민은 쿠데타가 발생하자 거리로 뛰쳐나와 에르도안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며 쿠데타를 반대했고, 이것이 쿠데타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장악력이 더욱 강해진다면, 터키 내 이슬람 종교의 색채도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군부는 정치와 종교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쿠데타의 원인 중 하나가 대통령의 지나친 종교적 입장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터키의 유럽연합(EU) 회원 가입 가능성도 작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EU 국가들은 터키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터키가 EU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해 왔는데 이제 인권 문제와 함께 정치적 불안정이 더욱 커진 만큼 EU 가입 가능성은 작아지게 됐다.
16일(현지시간) 터키 키질라이 공원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터키 국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광업·금융시장 '휘청'…리라화 가치 8년만에 최저
정치뿐 아니라 FT는 이미 IS 연쇄 공격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관광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5월 터키 정부는 관광산업 이익이 23%나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가운데 특히 이 기간 터키에 가장 큰 관광 국가인 러시아에서 터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무려 92%나 줄어들었다.
관광업뿐 아니라 금융시장 역시 충격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쿠데타 소식에 금융시장에서 터키의 리라화는 5%나 급락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뮤라트 어서 글로벌소스파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심각한 충격이며 이번 사태가 리라화를 어느 정도로 영구적으로 끌어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게 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이미 악화되고 있는 터키의 경상수지를 더욱 끌어내리게 된다.
또한 이렇게 되면 터키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 뱅커는 “지난해 수준으로 투자가 회복되려면 어느 정도가 걸릴지 모른다”고 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케타키 샤마 알고리듬리서치 창립자는 “이번 쿠데타는 터키 경제를 위협하는 정치적 불안정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마 창립자는 이어 “이미 터키의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태였으나 이번 쿠데타로 인해 경제에 더 큰 충격이 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