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번 개편은 세율을 조금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동안 '몇 채를 가졌는가'에 무게를 뒀던 과세 방식을 '얼마나 비싼 집을 보유했고 실제 거주하는가'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함께 손질해 실거주를 우대하고 초고가 주택에는 부담을 높이겠다는 방향도 분명히 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2028년부터 종부세는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한다. 초고가 1주택도 다주택자와 같은 최고세율을 부담한다.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를 14억 원까지 인정하지만 비거주자는 9억 원만 적용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을 더 중시하고, 공제액에는 10억 원 한도를 둔다. 반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했다.
이런 변화의 방향은 타당하다. 같은 50억 원의 주택 자산을 보유했다면 한 채인지 여러 채인지보다 자산 규모에 걸맞은 세 부담을 지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맞는다. 실거주를 우대하는 원칙도 국민이 납득하기 쉬운 기준이다.
하지만 집값은 세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최근 수도권 거래가 급감한 이유만 봐도 그렇다. 대출 한도가 줄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공인중개업소에는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대출이 막혀 거래가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반대로 지방은 미분양이 쌓여도 좀처럼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다. 시장은 세금보다 대출과 공급 여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도 이를 보여준다. 세제를 여러 차례 손질했지만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서울 집값은 크게 올랐다. 정책이 실패했다기보다 세금만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편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 완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 세 부담 때문에 묶여 있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물이 늘어도 실수요자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거래는 이어지지 않는다. 공급 확대와 금융 정상화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수도권 과열 지역과 지방 미분양 지역을 같은 잣대로 다루지 않는 세밀한 정책도 필요하다.
이번 세제개편은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치와 실거주' 중심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책의 성패는 세법 조문보다 시장의 반응이 결정한다. 공급이 충분한지, 실수요자가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지역마다 다른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금은 시장에 방향을 제시하는 수단일 뿐 집값을 결정하는 힘은 아니다. 정부는 세율을 정할 수 있지만 가격은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이 만든다. 세제개편이 성과를 내려면 공급과 금융, 그리고 지역 현실을 함께 살피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도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