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청년은 지원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얼핏 모순처럼 들리지만 바로 그 사이에 지금의 취업난이 있다. 단순히 일자리의 개수만 셀 것이 아니라, 이제 막 학교를 나온 사람이 첫 경력을 시작할 만한 자리인지까지 물어야 한다. 청년 취업난의 핵심은 ‘일을 전혀 못 구한다’는 한 문장보다 훨씬 복잡하다. 문은 좁아졌고, 기다림은 길어졌으며,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마저 오래 버티기 힘든 경우가 많아졌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취업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청년들이 힘든 일을 피하고 대기업과 공기업만 바라본다는 지적이다. 일부 청년에게 그런 성향이 있을 수 있고, 중소기업과 지역 기업이 실제로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이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간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계약,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업무를 꺼리는 태도를 모두 ‘높은 눈높이’로 묶어 버리면 기업이 왜 신입을 덜 뽑는지, 청년이 왜 졸업을 미루고 자격증을 하나 더 준비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첫 직장 선택은 단순히 첫 월급을 정하는 일이 아니다. 이후의 직무와 임금, 이직 가능성까지 좌우할 수 있다. 한번 잘못 들어가면 다시 신입으로 돌아오기도, 경력직으로 인정받기도 애매해진다. 청년들이 신중해진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취업난은 실제로 얼마나 심한가. 최신 통계와 취업 과정의 안쪽을 함께 봐야 답이 나온다.
전체 고용은 늘었지만 청년의 자리는 줄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6년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3천 명 늘었다. 이 숫자만 보면 고용시장이 크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15~29세 청년만 떼어 보면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청년 취업자는 19만7천 명 감소했고, 고용률은 43.9%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실업률도 7.0%로 0.9%포인트 올랐다. 40대와 50대의 고용률이 상승한 것과도 대비된다. 청년 ‘쉬었음’ 인구가 5개월 연속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작은 개선 신호지만, 전체 평균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청년 고용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6월 고용동향
청년 인구 자체가 줄고 있으니 취업자 감소도 당연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월 청년층 부가조사에서 청년 인구는 15만2천 명 감소한 반면 취업자는 25만5천 명 줄었다. 인구 감소보다 취업 감소의 폭이 훨씬 컸다. 경제활동참가율도 47.2%로 2.3%포인트 하락했고, 비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9만8천 명 늘었다. 구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실업률 계산에서 빠진다. 따라서 실업률 하나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면 취업 준비가 길어져 잠시 구직을 멈춘 청년의 존재를 놓치기 쉽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내가 가장 걱정스럽게 보는 수치는 따로 있다. 최종학교를 졸업한 미취업 청년 124만3천 명 가운데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율이 48.6%였다. 3년 이상도 19.4%에 달했다. 첫 임금 일자리를 얻은 경험이 있는 청년도 그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2개월이 걸렸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조차 평균적으로 1년 가까이 기다렸다는 뜻이다. 취업 준비가 오래 걸릴수록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이력서의 빈 기간을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도 쌓인다. 시간이 경험으로 바뀌지 못하고 공백으로 남는 것이다. 미취업자의 25.3%가 주된 활동으로 ‘그냥 시간 보냄’을 답했다는 통계도 게으름의 증거로 읽어서는 안 된다. 반복된 탈락 끝에 준비할 힘과 방향을 잃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경고에 가깝다.
왜 첫 문이 이렇게 좁아졌을까. 기업 입장에서 신입 채용은 비용이 든다. 교육한 뒤 퇴사할 위험도 있고, 경기와 산업 전망이 불확실하면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찾게 된다. 한국은행은 정기 공채보다 수시 채용,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는 변화가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청년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준비된 경력자’만 원할 때 그 경력을 처음 만들어 줄 곳이 없어진다는 데 있다. 경험을 요구하면서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는 모순이다.
AI 확산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층 일자리 감소분 21만1천 개 가운데 20만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관찰됐다. AI가 모든 일자리를 곧바로 없앤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료 정리와 기초 분석, 초안 작성처럼 신입이 일을 배우며 맡아 온 업무부터 줄어들 가능성은 크다. 반면 기업은 AI를 다룰 줄 알면서 현장 경험도 있는 사람을 원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신입에게 더 완성된 능력을 요구하는 역설이 생기고 있다.
물론 청년과 기업 사이의 불일치도 있다. 기업은 채용난을 말하지만 청년은 임금, 주거비, 교통, 경력 전망을 함께 계산한다. 월급이 조금 낮은 정도가 아니라 독립 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계약이 끝난 뒤 남는 경력이 불분명하다면 쉽게 지원하기 어렵다. 실제로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 가운데 44.4%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 여건 불만족을 이유로 들었고, 18.0%는 임시·계절 일자리 종료나 계약 만료를 꼽았다. ‘일자리는 있는데 왜 가지 않느냐’고 묻기 전에 그 자리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일인지 살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청년 10만 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일 경험, 취업 지원과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대책이다. 다만 교육 과정을 하나 더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여러 자격과 교육을 쌓은 청년에게 다시 준비하라고 하기보다, 기업이 신입을 실제로 뽑고 가르칠 이유를 만드는 쪽이 더 시급하다. 채용 지원금은 단순 채용 인원보다 일정 기간 고용 유지와 직무 훈련 여부에 연동하고, 인턴은 값싼 단기 인력이 아니라 정규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력으로 설계해야 한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청년의 인식부터 바꾸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임금·복지·주거·교통 격차를 줄여 선택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취업난의 무게는 ‘기다리는 시간’에 있다
내가 보기에 현재의 청년 취업난은 충분히 심각하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가 아니어서 안심할 상황도 아니고, 청년 인구가 줄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넘길 일도 아니다. 첫 소득과 첫 경력의 시작이 늦어지고, 기다리는 동안 자신감과 선택지가 함께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 무겁다. 개인에게는 몇 년의 공백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숙련이 쌓이지 않는 시간이며, 소비와 결혼, 출산, 독립이 연쇄적으로 밀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기업에 무조건 더 뽑으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신입을 뽑아 키우는 기업의 부담을 사회가 나누고, 첫 직장이 다음 경력으로 이어지도록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이제 청년에게 “조금만 더 준비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충분히 준비한 청년에게 첫 기회를 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