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등장으로 인류는 다이어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었다. 주사 한 번으로 식욕이 꺾이고 수십 킬로그램의 체중이 감량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치료제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오랫동안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되던 비만이 '의학적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 획기적인 문명사적 전환이다.
하지만 이 기적 같은 약물의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양면성이 숨어 있다.
우선 신체적·경제적 차원의 위험성이다. 비만치료제가 선사하는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 뒤에는 구토, 설사, 탈모, 근손실 같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약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이 심해 약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여기에 비싼 약값을 계속 지불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건강 불평등이 체중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사회적 격차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사회 정서적 양면성이다.
비만치료제의 보급은 역설적으로 ‘날씬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이제 약을 통해 쉽게 살을 뺄 수 있는데, 왜 살을 빼지 않느냐"라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모 지상주의를 완화하기는커녕, 체형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그간의 노력을 후퇴시키고 특정 몸매에 대한 강박을 심화시킨다.
또한 약물이라는 손쉬운 선택지가 생기면서 약물로 식욕을 억제하고 제어하는 과정에서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돌아보려는 노력이 소홀해질 위험도 있다
물론 고도비만 환자나 대사 질환자에게 이 약물들은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귀중한 도구다. 문제는 약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약을 '손쉬운 미용 도구'이자 '외모 강박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소비하려는 태도에 있다.
결국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얼마나 빠르고 쉽게 살을 뺄 수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기술의 힘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있는가, 아니면 사회가 규정한 외모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약물에 주체성을 넘겨주고 있는가"이다.
약물의 힘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몸과 삶을 주체적으로 통제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비만치료제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강의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