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가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약속이 있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험이 지나치게 어려우면 난도를 낮추고,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생기면 통합형으로 바꾸고, 학교 수업만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개선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원가는 새로운 강의를 만들어낸다. 시험을 바꾸면 정말 사교육도 줄어들까.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통합형 수능과 고교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된다. 국어·수학·사회·과학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사회·과학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든 학생이 응시한다. 고교 내신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교육부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고 지나친 경쟁을 완화해 장기적으로 사교육 수요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최근 교육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최근에는 서·논술형 평가에 대비하려는 학원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새로운 평가 방식이 도입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학교에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과 달리, 학원에서는 새로운 유형에 맞춘 수업이 등장한다. 제도가 바뀌면 사교육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상품이 바뀌는 셈이다.
나는 이 지점이 입시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은 단순히 시험이 어려워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대학 진학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다. 시험이 객관식에서 서술형으로 바뀌어도,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어도 대학 입시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가 방식이 낯설어질수록 정보를 먼저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학원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논술형 문제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면 굳이 별도의 학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학교마다 평가 방식과 준비 여건에 차이가 있고, 학부모가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지 확신하기 어렵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혹시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이 사교육을 선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교육 문제를 시험의 형태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수능에서 선택과목을 없애고 내신을 5등급제로 바꾸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고 학생들이 지나치게 세분화된 시험 전략에 매달리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2028 대입 개편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도가 공정해지는 것과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대학이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시험의 이름과 방식만 바꾸면 또 다른 준비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객관식 문제가 줄어들면 서술형 대비가 중요해지고, 선택과목이 사라지면 통합형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을 가르치는 시장이 생길 수 있다. 교육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이 새로운 틈새를 찾아가는 이유다.
그렇다면 정부가 정말 줄여야 하는 것은 사교육 자체가 아니라 '학교만으로는 불안하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명확하고, 교사의 평가 기준이 충분히 신뢰받으며, 학생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대학 입시에 필요한 역량을 준비할 수 있다면 굳이 비싼 사교육을 선택할 이유는 줄어든다. 반대로 제도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져도 학교마다 준비 수준이 크게 다르고 정보 격차가 존재한다면 사교육은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입시개혁의 성공 여부를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얼마나 줄었는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 중요한 질문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불안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시험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진짜 어려운 것은 시험이 바뀌어도 학부모가 다시 학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새로운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학생과 학부모가 또다시 사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목적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라면 시험의 모양부터 바꿀 것이 아니라 학교에 대한 신뢰부터 높여야 한다. 시험이 달라졌는데 학원만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시험을 바꾼 것이지 교육을 바꾼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