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도가 늘었다는 뉴스를 봐도 선뜻 반갑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문을 다시 열어준다는데, 정작 은행 창구에서 받아든 금리 안내서는 몇 달 전보다 오히려 높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는 풀렸는데 이자는 그대로거나 더 뛰는, 이 어긋난 체감의 정체를 짚어봅니다.
60조원 풀린다는 숫자, 체감은 왜 다를까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올렸습니다. 현재 가계대출 잔액을 약 1800조원으로 보면, 늘어난 목표치만큼 새로 빌려줄 수 있는 여력이 기존 30조원에서 60조원 안팎으로 커진 셈입니다. 숫자만 보면 대출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여력은 은행이 아무에게나 풀어주는 돈이 아닙니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과 직결된 실수요자 대출에 우선 배정되고,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돌아오는 몫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한도가 늘었다'는 소식과 '내 금리가 낮아진다'는 소식은 서로 다른 이야기인 셈입니다.
가산금리는 왜 그대로일까
대출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얹는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고, 여기서 우대금리를 뺀 값이 최종 금리가 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이 가산금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6월 새로 취급한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3.27%로, 2019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가산금리는 0.33%포인트 오른 반면 우대금리는 0.04%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기준금리가 2.86%에서 2.97%로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대출금리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가산금리가 밀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이 스스로 문턱을 높여온 결과가, 규제가 완화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겁니다.
은행이 값싸게 팔지 않는 이유
은행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유는 더 분명해집니다. 대출 한도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습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낮춰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가는 다시 총량을 넘길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발 장기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오르면서, 가산금리를 낮출 여력은 더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규제 완화 발표 이후에도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오히려 더 올리고 우대금리는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책 방향과 은행의 실제 셈법 사이에 시차와 온도차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봐야 할 것은 '얼마나 더 빌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낼 이자가 얼마인가'입니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공시하는 은행별 가산금리와 평균 금리 수준을 확인하고, 같은 상품이라도 은행마다 가산금리 차이가 크다는 점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출 한도 완화 소식에 마음이 급해지기보다, 내 대출에 실제로 적용되는 금리 구조부터 차분히 따져보는 게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