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 지하철 3호선 대청역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에 39만 3,000㎡에 달하는 거대한 평지가 펼쳐져 있다. 최근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문제를 두고 정부와 대립하던 서울시가 대안 카드로 꺼내 든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이곳에 최대 1만 3,000가구 규모의 주택과 첨단 AI 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구상을 정식 제안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싸라기 강남 땅에 대규모 청년 주택이 들어선다는 매력적인 구상이지만, 현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넘어야 할 산이 결코 만만치 않다.
강남 알짜배기 부지라는 독보적인 입지 여건
탄천 물재생센터는 부지 면적만 약 39만 3,000㎡로,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보다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대청역 역세권인 데다 수서역, 수서IC와도 가까워 강남권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형 평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이곳이 유일하다.
서울시는 이곳을 이전한 뒤 부지 절반가량에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짓고, 나머지 절반에는 피지컬 AI 연구·개발(R&D) 시설을 배치해 가칭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강남의 뛰어난 접근성과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파격적인 구상임은 분명하다.
하루 90만톤 하수처리시설 이전과 10년이라는 세월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만만치 않은 현실적 걸림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하루 최대 90만㎥의 하수를 처리하는 거대한 필수 기반 시설을 어디로, 어떻게 옮기느냐다. 대체 부지를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설득하고 행정 절차를 거치는 과정 하나하나가 넘기 힘든 문턱이다.
서울시 역시 센터 이전에만 4~5년, 이후 주택 건설과 단지 조성에 다시 4~5년 등 최소 1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급한 수도권 주택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에는 시차 갭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공원 이용 주민들의 반발과 재원 조달 문제
현재 탄천 물재생센터 상부에는 '마루공원'과 다양한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소중한 산책로이자 휴식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존 녹지 공간이 훼손되거나 축소될 경우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약 5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 재원을 서울시 소유 부지 매각과 민간 자본 유치로 차질 없이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개발의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사업성과 주민 수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강남 한복판에 1만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분명 매력적인 카드지만, 대체지 확보와 10년이라는 긴 사업 기간은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다. 장기적인 도시 계획과 단기적인 수급 안정 사이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어떤 타협점을 찾아낼지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때다.
여러분은 강남 탄천 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1만 3,000가구 규모의 청년 특화 단지를 조성하자는 서울시의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