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3배 폭리…금사과 해결 관건은 ‘유통’
복잡한 유통구조가 문제…정부도 적극 나서야
입력 : 2024-05-02 16:32:21 수정 : 2024-05-02 17:52:46
 
 
[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2200원에서 6000원으로. 생산자에서 소비자 손까지 도달하는 데 3배가 튀는 마법. 최근 화두로 떠오른 '금사과' 이야기입니다. 경제학상 '비탄력적' 가격의 대명사인 농산물인데다, 유통과정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으니 공판장과 도매상, 중·도매인을 거쳐 소매상에 도착하면 가격은 평균 3배 급등합니다.
 
여기에 기후 등 여파로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 중간 도매상들이 가격조정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오릅니다. 정부는 뒤늦게 '금사과' 사태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복잡한 농산물 유통단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습니다. 경로를 넓히고 비축을 늘린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의 중간 유통업체에 대한 직접지원은 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습니다.
 
사과 10개당 소매가격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유통구조 맹점
 
지난 4월 30일 경북 안동. 청년농부 A씨는 유통과정의 문제점을 지목했습니다. A씨는 "생산자 입장이다 보니 유통은 잘 모르지만 유통 과정에서 사과값이 오르는 건 체감된다"며 "심지어 백화점에서 사과 한 알에 2만원에 팔았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유통과정에서 돈이 많이 붙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이어 "몇몇 농가들은 저온 창고가 있어 시세가 좋을 때 물량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시세 조절은 올해뿐 아니라 매년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데, 올해는 기후 여파로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 값이 크게 올랐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 관계자 B씨도 유통구조의 맹점을 토로했습니다. B씨는 "올해처럼 가격이 확 튀면 사재기 얘기가 나오는데 중간 상인들은 매년 사과를 저장해왔다"며 "사과는 판매 물량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려면 어느 정도 보험 물량을 확보해놔야 하는데, 가격이 급등하는 올해 같은 경우 좋은 창고를 (중도매상이) 갖고 있으면 아직까지 사과를 한 알도 팔지 않은 농가도 꽤 있다.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에 저장해 놓으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B씨는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대부분 공급 쇼크"라며 "갑자기 소비자 기호나 인구가 확 바뀌는 게 아니고 먹는 양은 일정하기 때문에 물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과는 농사 짓고 수확하기까지 1년 정도의 기간이 있는데, 공급은 해마다 고정돼 있어 가격 변동에 따라 공급이 바로바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오늘(4월30일)은 평균 단가가 20kg 상자 기준 10만5600원이 나왔는데 지난해 5월1일엔 같은 기준 5만4200원"이라며 "만생종의 경우 올해 30% 정도 줄었다고 하는데 1년만에 값이 2배 정도 뛴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과 유통비용 명세표 (그래픽=뉴스토마토)
 
2200원이 6000원···유통에서 3배 뛴 사과값
 
올해 금사과의 근본 원인은 날씨입니다. 
 
청년농부 A씨는 "꽃눈 형성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햇볕인데, 지난해 여름 약 70일가량 안동에 비가 오는 바람에 사과가 햇볕을 많이 못 받았다. 그래서 열리는 사과 자체가 줄어들었고, 냉해와 우박 피해도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A씨는 "한 해 농사에 쓰는 돈을 농비라고 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일하는 사람이 많이 줄어 일꾼을 구하기 힘들다"며 "농가에서 일꾼을 쉽게 구하려고 웃돈을 얹어주는데, 경쟁도 치열하다. 기후 문제와 더불어 인건비 문제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줄어든 생산량과 더불어 사과값은 높아졌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4월 사과(후지·상품) 10개당 소매가격은 2만4850원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은 2만3009원입니다. 전년 대비 8% 올랐습니다.
 
그런데 불과 두달 전인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2.2%(2023년 2월 2만2917원·2024년 2월 2만8006원) 급증했습니다. 3월과 4월에 소매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정부가 소매가격이 치솟자 3월 중순 이후 1,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날씨도 날씨지만, 업계에서는 복잡한 유통과정도 사과값의 폭등을 가져온 이유로 봅니다. aT의 조사(2022년 11월 기준)에 따르면 사과는 소비자 손에 오기까지 최소 5단계를 거칩니다.
 
일반적인 사과 가격은 생산자(2200원=1kg), 산지 공판장(2490원), 도매시장(3400원), 대형유통·소매업체(4050원), 소비자(6000원)입니다. 산지 농부에서 소비자 손까지 오면 3배 가까이 가격이 뛰는 겁니다. 유통단계가 늘수록 폭리를 취할 여지가 큰 겁니다.
 
안동청과 (사진=뉴스토마토)
 
유통구조 개혁에 정부가 나서야
 
정부는 1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유통비용 10% 이상 절감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근본적으로 기후위기 시대 농산물 수급안정방안도 검토해야 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4가지입니다. 도매시장 내 경쟁을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2026년까지 스마트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00곳을 구축해 과일 비축을 늘리고△도매 유통경로를 넓히고 △무포장(벌크) 유통도 적극 유도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사과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해결책으로 스마트팜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시설 설치비 등을 고려하면 농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다. 스마트팜은 공짜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수도·광열비 등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는 일이고, 기후 위기가 오니 스마트팜을 하면 안정적으로 생산이 가능하겠다 싶어 들어간 분들도 생각보다 힘들어 도산해버리기도 해 정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과뿐 아니라 농산물 중 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품목은 정부가 공공 비축으로 수급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대체품을 찾는 방향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말 필요한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 대체품을 이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과 대신 망고를 먹을 수도 있는 등 소비자들이 눈을 넓혀 가격 분산을 통한 안정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락시장 (사진=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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