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철강 '빅2'(포스코·현대제철)가 글로벌 철강 시장의 중국발 공급 과잉을 견디지 못하고 나란히 공장을 폐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쳐 해외 철강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데다가 국내 건설경기도 부진해 내수 수요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불황이 끝날 지 깜깜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이후 심화된 대중 견제에 따라 2차 미중 무역 전쟁이 터질 수 있어 현재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과잉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 45년 넘게 가동해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습니다. 지난 7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3개월 만에 주요 철강 공정공장을 또 닫게된 겁니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등으로 날로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효율화를 이루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셧다운'한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1979년 2월28일 가동을 시작해 두 차례 유지·보수 등 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합리화 작업을 거쳐 45년9개월간 누적 2800만톤(t)의 선재 제품을 생산했습니다. 이 선재(wire rod)는 철강 반제품을 압연해 선 형태로 뽑아낸 제품입니다. 강선과 와이어로프, 용접봉 등을 만들기 위한 중간 소재로 사용됩니다. 1선재공장에서 생산한 선재 제품은 못·나사 등의 재료, 타이어코드, 비드와이어 등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로 활용됐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11월 19일 마지막 선재제품을 생산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직원들이 선재공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1선재공장에서 생산하던 고강도 타이어코드, 선박 및 자동차용 용접봉 등 강재를 포항 2~4선재공장에서 전환 생산할 계획입니다. 1선재공장의 전 직원은 이달 말까지 공장 정리 후, 부내 또는 타 부서로 재배치될 예정입니다.
앞서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2공장 폐쇄 추진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대제철의 포항2공장은 제강과 압연 공정을 진행합니다. 제강과 압연의 연각 생산 규모는 각각 100만t, 70만t 정도입니다. 현대제철의 전체 생산 물량의 5% 수준입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시황 침체와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 등의 영향으로 가동율 저하상황 지속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같은 국내 철강업 불황이 '트럼프 2기' 시기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합니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중국에 대해 "60~100%에 이르는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중국견제 효과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들이 주변 국들에 쏟아져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의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렵고, 중국 내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물량을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지금처럼 국내와 해외로 저가 철강 물량을 밀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도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까지 현재 철강 수출 1위 지역이 동남아시아인데 중국이 값싼 물량을 동남아 시장에 밀어내면 수출할 수 있는 여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민 교수는 "힘들어 하는 우리 업체들도 중국 내수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긴 불황을 견딘 일본제철과 같은 글로벌 철강 업체들을 반면교사 삼고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포스코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9조4790억원, 영업이익 4380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2%, 39.8% 감소했습니다. 3분기 해외철강 부분은 매출 5조2790억원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대비 90.1% 하락했습니다. 현대제철도 올해 3분기 매출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5% 77.4% 줄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162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표지석. (사진=현대제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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